항문 출혈의 원인을 감별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체계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치질(치핵)에 의한 출혈은 몇 가지 특징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선홍색 혈액이 변과 섞이지 않고 변 표면에 묻거나 변기에 뚝뚝 떨어지는 형태가 전형적이며, 배변 시에만 출혈이 있고 이후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은 없는 경우도 있고, 치열이 동반된 경우에는 배변 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함께 옵니다. 변 자체의 색깔은 정상입니다.
이와 구별해야 할 상황들이 있습니다. 대장용종이나 대장암에서는 혈액이 변과 섞여 나오거나 변 전체가 붉게 물드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배변 습관 변화,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 체중 감소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상부 위장관 출혈, 즉 위나 십이지장 출혈은 혈액이 소화되면서 변이 검고 끈적하며 역한 냄새가 나는 흑색변으로 나타납니다. 허혈성 대장염은 갑작스러운 복통 후 혈변이 나오는 패턴이 특징적입니다.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은 점액이 섞인 혈변과 함께 설사, 복통, 발열이 반복됩니다.
정리하면 선홍색 혈액이 변기에 떨어지고 다른 증상이 없다면 치질 가능성이 높지만, 혈액이 변과 섞이거나, 검은 변이 나오거나, 복통·체중 감소·배변 습관 변화가 동반된다면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20대라도 혈변이 반복된다면 한 번은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