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인생역전 노리는 한국 개미들
요즘 미국 주식시장에 뭔가 심상치 않은 흐름이 있다. 컬트(사이비 종교)처럼 움직이는 종목, 크립토 관련주,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 암호화폐 ETF로 돈이 쏟아지고 있고, 2024년 12월에는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들이 말도 안 되는 급등을 보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 가지 가설이 있다. 이런 현상들 중 일부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작년에 “미국 시장이 한국화(Koreafying)되고 있다”고 쓴 적 있는데, 그땐 단순히 리테일 중심의 매매가 미국에서도 늘어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 개인’이 그 과정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미처 몰랐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오징어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핵심 구성은 이렇다:
평범한 한국인들
한 방에 인생 역전하려는 위험 감수
이상하고 폭력적인 전개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좋지 않은 결말
그런데 이 요소들이 미국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
인생 역전 노리고 큰 리스크 감수
기괴하고 과격한 주가 흐름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돈을 잃는 경향이 있다. Barber, Huang, Odean, Schwarz(2020)는 로빈후드 사용자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이 이후 하락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고, de Silva, Smith, So(2023)는 옵션 시장에서 리테일들이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는 세 가지 행동 패턴을 지적했다. 한국 리테일이라고 다를까? 아니다. 리테일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요즘의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2021년 로빈후드 개미들과 비슷해 보인다. 전체 시장 기준으로 보면 존재감은 작지만, 특정 섹터에서는 자해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고, 어쩌면 시장에 단기적인 역신호 역할도 하고 있다.
평범한 한국인들
한국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직접 계좌 개설을 하거나, 한국·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통해서다. 이 흐름은 팬데믹 이후 계속 커지고 있고, 2024년에도 이어졌다: [1]
2024년 말 기준, 한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12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5% 증가한 수치다. (한국예탁결제원)
전체 미국 주식 시가총액 62조 달러에서 보면 0.2%에 불과한 작은 숫자다. 하지만 특정 종목에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5년 2월 말 기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양자컴퓨팅 관련 A사는 지분의 31%, B사는 17%를 보유 중이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 관련 AI 기업은 19% 보유 중이다. [2] 레버리지 ETF에서는 20% 넘는 보유 비중이 흔하고, 미국 주식 보유 상위 50개 리스트에 레버리지 ETF만 8개, 이 중 하나는 40%까지 지분을 갖고 있다.
인생 역전을 위한 레버리지
한국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가 불법이다. 카지노를 포함한 비금융 도박도 대부분 막혀 있다. 그러니 만약 한탕을 노리는 한국 투자자라면, 미국 시장은 매력적인 투기장이 되는 셈이다.
2025년 김한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이 미국에 보유한 투자 자산 중 약 12%는 한국에선 법적으로 금지된 상품들이다. 한국에선 주가가 하루에 30% 이상 오르지 못하지만, 미국은 상한폭이 없다.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이 룰도 제대로 모르고 게임에 들어가는 것처럼, 한국인들이 3배 레버리지 반도체 ETF를 사는 것도 비슷하다.[3]
“워낙 많이 사서, 이게 3배짜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화성시 거주 35세 여성
또 다른 개인 투자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 시드머니가 작고, 아이들도 어려서 지금이 공격적인 투자 타이밍이라 생각했어요. 미국 레버리지 ETF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봤죠.”
2024년 11월, 캘리포니아의 25세 청년이 부모의 은퇴자금을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에 몰빵했다는 WSJ 보도 이후, 같은 ETF를 한국 리테일이 순매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ETF는 이후 80% 이상 하락했다.
기괴하고 폭발적인 가격 움직임
소형주에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 기묘한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 2024년 12월 양자컴퓨팅 테마주가 딱 그랬다.
한 종목은 2024년 11월 기준 시가총액이 1,200만 달러였는데, 12월 한 달간 한국 리테일이 1억 1,100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결과는? 1,400% 급등.
이쯤 되면 시장 충격(impact)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물론 근본적인 호재도 있었지만, 한국 개인 투자자 자금이 불을 붙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출처: 아카디안 자산운용 및 한국 예탁결제원
게다가, 이들은 비기초적(non-fundamental) 이벤트에도 반응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액면분할[4] 이후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몰렸다.[5] 이와 비슷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동성이 극단적으로 낮은 종목의 미스터리한 가격 왜곡 (2023년 8월)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폐쇄형 펀드 (2024년 4월)
세계 10대 기업의 ADR 괴리 (2024년)
비트코인 보유 기업들의 비정상적인 주가 (2024년)
이런 사례에서 한국 개인들이 주역이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시장을 안정시킨 주체는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
해피엔딩은 없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손실을 본다. 한국 주식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래 표는 미국 주식 역사상 대형 금융사고와 그 직전/동월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그 종목을 순매수했는지 여부를 보여준다:
사건시기종목전월 순매수당월 순매수Bear Stearns 붕괴2008년 3월Bear Stearns CompaniesYesNoLehman Brothers 붕괴2008년 9월Lehman Brothers HoldingsYesYesVolmageddon2018년 2월VelocityShares Inverse VIXYesYesWTI 마이너스2020년 4월VelocityShares 3x Crude OilYesNoNikola 사기 의혹2020년 9월Nikola CorpYesNo실리콘밸리은행 붕괴2023년 3월SVB Financial GroupNoYes
이건 예측력을 보여주는 실증 분석은 아니지만, 적어도 '타이밍이 잘못됐다'는 신호로는 참고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리스트에 미국이나 호주 개인 투자자를 넣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포인트는 ‘한국’이 아니라 ‘개인’이다.
2024년에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나름 괜찮은 성과를 냈다. 시장이 상승했고, 그들이 고른 고위험 종목들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이들이 마법의 손을 가졌다고 봐야 할까?
글쎄. 오징어게임 초반에는 참가자들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에는 대부분 죽었다. 마지막 회는 아직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 반대편엔 누가 있을까?
당신이 양자컴퓨팅 테마를 공매도한다면, 누가 매수하는가?
당신이 3배 ETF를 만든다면, 누가 사줄까?
당신이 CEO로서 비트코인 테마로 피벗할 때, 누가 끌릴까?
모두 같은 답이 나온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
2025년 들어 그들이 많이 사고 있는 테마는 다음과 같다:
AI, 양자컴퓨팅, 로보틱스
원자력 및 데이터센터 관련주
크립토
시대마다 상징적인 개인 집단은 있었다. 1929년엔 뉴욕의 레버리지 투자신탁, 1989년엔 일본 직장인들, 1999년엔 성장형 뮤추얼펀드, 2021년엔 로빈후드 개미들. 2025년의 그 이름은 어쩌면 한국 개인 투자자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개인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재미없는 ETF나 사라. 오징어게임엔 아예 참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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