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NEW
법률

임차권등기 비용, 소송비용액 확정절차 없이 청구 가능합니다.

남현수 변호사 프로필 사진
남현수 변호사

1. 들어가며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데, 그 청구 방법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있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청구할 때 반드시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다221455 판결). 이는 임차인의 권리 행사 방법을 명확히 한 첫 판례로서 실무상 큰 의미를 갖습니다.

2. 사안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임대인)와 피고(임차인)는 2020년 5월 보증금 2,000만 원, 월 차임 50만 원으로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2년 4월에는 보증금을 2,500만 원으로 증액하고 계약기간을 2024년 5월까지 연장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8월 피고의 차임 연체 등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건물인도 및 차임 상당 부당이득 반환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2년 10월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쳤고, 원고는 보증금 상당액을 법원에 공탁했습니다. 피고는 공탁금을 수령한 후 임차권등기를 말소했습니다.

나.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및 촉탁등기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 153,000원을 원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상계 항변으로 제시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

반면 원고는 이러한 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야만 상환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3.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 및 원심의 입장

제1심과 원심은 모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비용은 재판 확정 후 민사소송법 등에 따른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 돌려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상계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하급심은 임차권등기명령 절차가 민사집행법상 가압류 절차를 준용하고 있다는 점(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3항)을 근거로, 소송비용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확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의 해석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를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은 "임차인은 제1항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과 그에 따른 임차권등기와 관련하여 든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

대법원은 이 조항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을 인정하면서도, 비용청구의 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나. 비용상환청구권 행사 방법

대법원은 "임차인은 민사소송으로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다221455 판결).

이는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 상환청구권이 일반적인 민사채권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그 행사 방법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다. 원심 판결의 문제점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임차권등기 관련비용 상환청구권의 존재 여부 및 범위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원심은 임차권등기 관련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 상환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른 임차권등기 관련비용 상환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다221455 판결).

5. 판결의 의의 및 실무상 시사점

가. 임차인 권리 보호의 실질화

이번 판결은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보다 용이하게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종전에는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하급심의 입장으로 인해 임차인이 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는 민사소송이나 상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의 취지 구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이루어지면,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며, 이후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

이러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임차인이 주거를 유지하면서도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관련 비용까지 임차인이 부담하게 된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

다. 상가건물임대차에도 동일하게 적용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보호법과 동일하게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두고 있으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8항).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상가건물임대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 실무상 유의사항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청구할 때는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비용의 발생 원인과 금액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시 납부한 인지대, 송달료, 등기신청 수수료 등 실제 지출한 비용을 증빙자료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둘째, 민사소송으로 청구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소송과 병합하여 청구하거나, 별도의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상계 항변으로 주장하는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 등 수동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상계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넷째, 임차권등기 이후에도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므로, 연체 차임이나 원상회복비용 등이 있다면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보증금 반환의무가 인정됩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32585 판결).

6. 관련 쟁점

가. 임대차보증금과 연체 차임 등의 관계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차임 및 기타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임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됩니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3다77225 판결).

따라서 임차인에게 연체 차임이나 원상회복비용 등의 채무가 있다면, 임대인은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이를 주장·입증해야 하며, 해당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했는지는 임차인이 입증해야 합니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

나.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 점유와 부당이득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하지 않는 경우,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임차인은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지지 않습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32585 판결).

이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목적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에 근거한 것입니다. 다만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않고 점유만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 임대차목적물 인도 시까지의 관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합니다(대법원 2021. 4. 1. 선고 2020다286102, 286119 판결).

다. 원상회복의무와 비용상환청구권의 관계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자기의 비용으로 임차한 목적물을 원상복구하여 임대인에게 명도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는 임차인이 시설비용이나 보수비용의 상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원상복구의무도 부담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2다38828 판결).

다만 이러한 약정의 해석은 계약 전체의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7.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임차인은 소송비용액 확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민사소송이나 상계 등의 방법으로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실질화하고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임대차 분쟁에 관여하는 법률가들은 이번 판결의 법리를 숙지하고, 임차인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0
남현수 변호사
법무법인 도하
남현수 변호사 프로필 사진
유저 프로필 이미지
0/ 500
댓글 아이콘필담이 없어요. 첫 필담을 남겨보세요.
같은 분야의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