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와 너구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오소리와 너구리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아예 종의 속에서부터 차이가나는 종인가요? 서식지나 식습관에 차이가 있나요?
오소리의 학명은 Meles leucurus(아시아오소리)입니다. 예전에는 Meles meles(유럽오소리)로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오소리를 한 데 묶었지만 지금은 아시아오소리를 따로 분류합니다. 학명의 Meles는 '오소리'를 뜻하고 leucurus는 '흰 꼬리'를 뜻합니다. 유럽오소리보다 털 색이 더 바래 하얗게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 자란 오소리의 모습. 오소리는 굴 파기의 귀재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홈페이지 캡처
사실 족제비과인 오소리와 개과인 너구리는 모습이 언뜻 비슷해 일반인들은 잘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차이는 몸통 색깔입니다. 오소리는 겉 털의 끝색이 흰 편이라 전체적으로 하얀 반면, 너구리 겉 털의 끝색은 검은색입니다.
오소리와 너구리는 발 모습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오소리와 같은 족제비과 동물은 일반적으로 발가락이 다섯 개라 개과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오소리는 특히 앞 발톱이 잘 발달해있는데 그 모습이 흡사 곰과 같습니다. 주로 산이나 구릉에 서식하면서 앞발로 굴을 파는데 8~10m 길이로 파기도 합니다.
개과 동물인 너구리의 발가락은 4개(왼쪽)로 발바닥은 검정색이며, 족제비과 동물인 오소리의 발가락은 5개며 발바닥은 흰색이다(왼쪽 사진). 오소리(왼쪽)의 꼬리털 끝색은 흰색인 반면 너구리의 털 끝색은 어두운 편이다. 김영준 제공
오소리의 번식에서 독특한 점은 수정란의 착상지연입니다. 착상지연은 수정란이 자궁내벽에 붙어 자라지 않고 일정 기간 자궁 내에서 유영하며 지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발굽동물 중 노루에게서 보이는 현상이지만, 곰이나 박쥐같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나 족제비과 동물에게서도 간혹 보이기도 합니다. 겨울잠을 잘 때 영양상태가 좋다면 당연히 수정란을 발육시켜 태아를 키우지만, 항상 상황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오소리에겐 수정란을 그냥 흡수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는 전략일 수도 있죠.
오소리는 족제비처럼 사냥을 전문으로 하거나, 담비처럼 나무를 잘 타거나, 수달처럼 헤엄을 잘 치지 못합니다. 천상 땅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 땅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땅을 잘 파고 굴도 잘 짓습니다. 살 집이 마련돼있으니 멀리 다니지는 않고, 반복적으로 서식지를 오가며 지냅니다.
오소리 굴. 안에서 파낸 흙을 밖으로 긁어낸 모습이다. 김영준 제공
오소리의 식성을 비유하자면 작은 장갑차와 같은데요. 오소리는 큰 먹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거의 채집생활에 의존합니다. 떨어진 과일, 지렁이, 뱀이나 달팽이 등의 무척추동물을 비롯해 파충류, 양서류, 소형 포유류까지 걸리는 족족 먹어 치우죠. 그러다 보니 먹이활동은 각자 떨어져서 하지만, 버찌 등 과일이 떨어질 시기에는 가족군 단위로 같이 다니기도 한답니다. 또 다니는 길 사이사이에 조그만 굴을 파서 배설을 해둡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행동이기도 하거니와 이 배설물에 꼬이는 곤충을 먹는 방법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같은 길을 반복해 다니고, 이렇게 만들어진 길은 다른 동물들도 같이 사용합니다. 동물들이 다니기 좋은 길들이 자연스레 다져지면서 하나의 길이 생겨나는 겁니다. 이를 오솔길이라 합니다. '오소리길'의 준말이죠.
한편 같은 길로 다니는 습성은 오소리에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 생태계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거의 없는 오소리의 적수는 밀렵꾼들입니다. 밀렵꾼들은 오솔길 위의 활동 흔적이나 잘 파진 굴을 찾아내 올가미를 씌우거나 오소리들이 겨울잠 자는 굴에 불을 때 밀렵을 합니다. 사람의 몸보신을 위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오소리가 다니며 만든 그 좁다란 오솔길에서 풀 내음을 맡으며 산뜻 산뜻 걸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 압니까, 오늘 아침 막 싸놓은 따끈한 검정 똥을 볼 수 있을 지도요.
몇 년 전 중국에서 모피 생산을 위해 대량으로 사육되는 너구리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입니다. 모피의 질을 좋게 한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너구리의 피부를 벗겨내기도 하거든요. 영상을 끝까지 보는 것이 참 쉽지 않더군요.
너구리는 아마도 설치류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 포유류 중 하나일 겁니다. 농촌에서야 고라니가 흔하게 나타나지만, 도심까지 포함하면 말이죠. 최근에도 야생 너구리가 도심에 출몰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너구리는 못사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넓게 퍼져있습니다. 단지 사람을 무서워하는 야생동물의 특성 때문에 숨어 지낼 뿐이죠.
2008년 11월 발견된 너구리의 모습. 귀가 작고 다리가 짧은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밤에 돌아다니는 작은 개
너구리의 학명(Nyctereutes procyonoides)에서 ‘Nukt-’는 밤을 뜻하고 ‘ereutes’는 방랑자를 뜻합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방랑자인 셈이죠. 종명의 ‘pro’는 ‘작은’을 뜻하며 ‘cyon’은 개를 지칭하는 말이니 결국 너구리의 학명은 ‘밤에 돌아다니는 작은 개’라는 의미가 됩니다.
개과에 속한 너구리는 하나의 속에 한 종밖에 없는 독특한 동물입니다. 너구리속은 약 900만년 전에 출현했지만 대부분 340만년 전부터 78만년 전 사이에 멸종하고 지금은 너구리만 남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너구리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많은 여우속 동물의 공통 조상 격이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남미 산 여우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너구리의 두개골은 작지만 단단하고 약간 정방형입니다.
육식 동물에서 발견되는 송곳니와 큰 어금니(열육치)는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어금니는 평편하고 다른 개과 동물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긴 소화기관이 발달해 있습니다.
몸통은 긴 편인데 다리는 짧아 잘 뛰지 못합니다. 총 길이는 4571㎝ 정도이며, 몸체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1218㎝ 정도인 꼬리는 뒷발의 발목관절 정도까지 내려오며 땅에 끌지는 못합니다.
귀는 짧고 털에서 살짝 돌출된 정도이지만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체중은 계절에 따라 변화가 심한데 3월에는 3㎏ 정도였는데 89월에는 수컷의 경우 6.57㎏에 이르기도 합니다.
겨울털과 동면, 너구리의 겨울나기
너구리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동북아 기후를 견디기 위해 겨울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겨울털은 조밀한 속 털과 120㎜에 이를 만큼 길고 거칠며 두꺼운 겉 털로 이뤄집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관찰한 결과 5~6월 사이에 솜털이 빠지는데, 여름 털은 더 짧고 밝아집니다.
너구리는 개과 동물 중 동면을 하는 유일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면에 대비해 초겨울까지 피하지방을 1823%, 복강지방을 35%까지 축적합니다. 이 정도 수준까지 체지방을 축적하지 못한 경우 겨울철에는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 동면시기에는 체내 대사율을 25%까지 떨어뜨리기도 한다는군요.
러시아의 우수리지방과 같은 곳은 겨울폭풍이 오는 시기에만 잠깐 동면을 한다고도 합니다. 겨울철에 적설량이 1520㎝까지 쌓이면 신체활동을 줄이고, 굴에서 150200m 정도까지만 움직인다고 하는군요. 먹이가 더 풍부해지고 암컷의 발정이 시작될 무렵인 2월부터 활동성이 증가합니다.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굴에서 쉬는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서 웬만해서는 동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동면하는 너구리가 연구된 핀란드보다는 위도가 낮아서 겨울철 추위가 심하지도 않고 적설량도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너구리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조건이 심하지도 않고 먹이 구하기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겁니다.
너구리와 오소리는 발가락이 다르네
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로는 오소리와 라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라쿤 보다는 오소리가 많이 살고 있어 착각할 때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동물입니다.
족제비과에 속하는 오소리는 영화에 나오는 울버린과 친척입니다. 족제비과에는 수달, 족제비, 담비 등이 있는데 이 중 오소리가 너구리와 가장 비슷하게 생겼죠.
5개의 발가락을 가진 오소리의 뒷발(위)과 4개의 발가락을 가진 너구리의 뒷발(아래). 오소리와 너구리는 발가락의 수와 발 볼의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너구리와 오소리의 차이는 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소리는 앞뒤 모두 5개씩의 발가락을 가진 반면 너구리는 4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딛죠. 오소리의 앞 발톱은 굴을 파거나 먹이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길지만 너구리 발톱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소리의 발바닥은 흰색에 가깝지만 너구리 발바닥은 검다는 것도 차이입니다.
너구리의 귀가 오소리보다 크다는 점, 너구리의 코는 검지만 오소리의 코는 살구색에 가깝다는 점으로도 구분할 수 있겠네요. 오소리는 산간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너구리는 산에서부터 저지대까지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눈에 더 자주 띄는 것은 너구리겠죠.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너구리
너구리는 곤충부터, 설치류, 식충류, 양서파충류와 조류, 어류, 갑각류와 사체 등까지 먹는 잡식성이지요. 기회가 닥치는 대로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는 뜻에서 ‘기회적 일반섭식종’이라고도 합니다. 계절적으로 출현하는 먹이에 따라 주 먹이는 계속 바뀔 수 있어 환경적응력이 좋은 종인 셈이죠.
민가 주변의 너구리 똥을 살펴보면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가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고춧가루나 조기 머리뼈, 구운 오징어, 심지어 소화가 안된 비닐장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을에는 은행을 먹기도 하는데 은행의 과육은 먹고 은행알은 그대로 배설한 배설물 덩어리들도 발견됩니다. 거미도 무척이나 좋아해서 위 안에 거미만 가득 찬 개체도 확인된 바 있죠. 일단 먹을 수 있는 것은 먹어두는 습성이라 위 안에 동일 먹이물질이 한 가득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너구리의 소통은 화장실에서
너구리의 공동화장실. 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배설하기 때문에 오래된 배설물까지 발견할 수 있다. 너구리는 공동화장실을 이용해 다른 개체들과 소통한다. 국립생태원 제공
너구리는 배설할 때 공동화장실(분장)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너구리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목적은 각 가족 구성원이나 외부침입자를 가리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주로 후각 정보를 통해 같은 종 내부에서 서로를 인식하는 방법이랍니다.
여우처럼 짖지는 않습니다. 대신 끙끙대는 신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지요. 다양한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매우 특징적인 소리는 없습니다. 다만 공격하거나 방어를 할 때는 매우 날카로운 “꺅-“하는 괴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으르렁대기도 하지만 심하게 소리가 크지는 않습니다.
너구리는 다양한 자세를 통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꼬리를 움직여 우월성을 표현하거나 발정 준비를 나타내죠. 직접적인 접촉은 주로 부모 자식간, 부부간에서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됩니다.
너구리의 적, 늑대
해외에서는 늑대가 너구리의 주된 포식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너구리는 달리는 속도가 느려 늑대에 잡히기 쉽고, 늑대도 굴을 파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여우가 새끼 너구리를 잡아먹는다는 보고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늑대든 여우든 모두 사라진 동물들이어서 당분간은 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유기견 중 극도로 야생화 된 개는 너구리를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수렵 철에는 사냥개들이 너구리를 재미 삼아 죽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골에서는 진돗개가 수시로 너구리를 물고 오는 걸 보신 분들도 많습니다. 수리부엉이도 충분히 어린 너구리들을 먹이로 삼을 수 있습니다.
2011년 5월 구조된 어린 너구리의 모습. 눈도 뜨지 못한 새끼 너구리는 수리부엉이의 사냥감이 되기도 한다. 국립생태원 제공
일본에서는 매년 11만~37만 마리의 너구리가 도로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연구 자료는 부족하지만 가장 빈번하게 ‘로드 킬’로 희생되는 중형 포유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굴 생활하는 너구리, 전염병에 약하다
너구리 수렵이 허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질병일 것입니다. 너구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병은 아마도 개선충증, 개홍역과 광견병이 아닐까 합니다.
개선충증은 굴 생활을 하는 너구리에게 전면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고 건강한 너구리도 감염이 될 수 있습니다. 털이 심하게 빠지거나 심한 가려움증, 표피박리, 만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고 체중 감소도 일으킵니다. 피부 병변이 심해 ‘너구리 에이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감염된 동물과 접촉할 경우 사람에게도 감염되지만 증식하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없어집니다. 하지만 감염이 되면 한동안 가려움으로 고생을 좀 할 겁니다. 특히 겨울철에 두드러지는데 일본의 너구리 폐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겨울은 너구리가 살아남기 가장 힘든 계절인 만큼 몸의 면역능력이 떨어져 더욱 잘 발생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홍역은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일반적으로 종합예방접종에 포함된 질병인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초기 3~6일간은 체온이 올라가고 이 시기에는 눈곱과 콧물이 많이 나오며 다소 침울해지고 식욕을 잃게 됩니다. 소화기, 호흡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기침과 콧물을 시작으로 기관지염이 발생하고 폐렴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까지는 야생너구리에게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접촉을 조심해야 합니다.
광견병은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개나 다른 가축, 심지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해외에서는 해당 지역의 너구리를 대량 살처분 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2, 2013년 경기 안산의 시화호에서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를 발견한 적이 있죠.
너구리 분포 지역. 동아시아에서 주로 서식하던 너구리는 모피 생산 증대를 위해 구 소련을 거쳐 동유럽으로 이주된 뒤 급속히 퍼져나갔다. 국립생태원 제공
인간은 모피를 얻기 위해 너구리 사육량을 늘려 왔습니다. 너구리가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퍼져나간 이유도 구 소련이 모피생산량 증대를 위해 동아시아 동물인 너구리를 강제로 동유럽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죠. 유럽으로 이주한 너구리는 적응력과 식성, 번식능력 때문에 급격히 퍼져 나갔고 광견병과 같은 질병의 주요 숙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피는 현대 사회에서 동물권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 보호단체가 모피문제를 지적한 바 있죠.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겨울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라쿤털도 사실은 너구리털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의 옷장에 걸린 두꺼운 외투, 그 모자에 달린 털에도 너구리는 남아 있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장
흔히 너구리와 오소리, 라쿤을 혼동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라쿤이 살지 않으니 오소리와 차이점만 간략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소리는 학명이 Meles leucurus라고 하여 족제비과에 속하는 녀석입니다. 개와는 매우 다른 동물이죠. 영화에 나오는 울버린과 친척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족제비과 동물은 수달, 족제비, 쇠족제비, 담비와 오소리가 있습니다. 이중 오소리가 가장 너구리와 유사한 셈이죠.
형태적으로 보자면 오소리의 발가락은 앞뒤 모두 5개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너구리는 모두 4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딛죠. 오소리의 앞발톱은 나름 길어서 굴을 파는데 혹은 먹이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너구리 발톱은 일반적인 개 정도의 수준입니다. 오소리의 발바닥은 사람처럼 흰색에 가깝습니다만, 너구리의 발바닥은 검은색이죠. 물론 코도 오소리는 살구색에 가깝지만 너구리는 검습니다.
너구리의 겉털의 끝은 검은색인데 비해 오소리의 겉털 끝은 흰색이니 이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너구리의 귀도 큰 편은 아니지만 오소리보다는 큰 편입니다. 오소리의 귀는 매우 작습니다.
이 정도의 정보만 있어도 오소리와 너구리를 크게 혼동할 리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오소리는 주로 산간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너구리는 산에서부터 저지대까지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더 자주 띄는 것은 너구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