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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AI 버블: 대세 하락장의 시작?

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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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미국 보스턴 기반 부티크 헤지펀드인 Acadian Asset Management의 수석 부사장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 Owen Lamont의 AI 버블에 대한 주장을 번역한 것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2025년에 “대규모 AI 투자(massive AI spending)”를 감행할 거라고 발표했다. 주주들은 이 소식에 반가워해야 할지, 아니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봐야 할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정말 미래의 막대한 이익 창출과 함께 주가가 폭등할 것인지, 아니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큰 폭의 투자 계획이 발표된 직후엔 오히려 낮은 주식 수익률이 뒤따랐던 경우가 많았다. 시장 전체든 개별 기업이든 마찬가지였다. 지금처럼 미국 메가캡 성장주의 투자 계획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높을 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기대수익률은 시간에 따라 변함

학계에서는 기업들의 높은 설비투자(CAPEX)가 곧 낮은 기대수익률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다.

  • 행동적 관점에선 “주식시장이 과대평가되어 앞으로 실질 수익률이 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 합리적 관점에선 “할인율이 2%로 낮으니 지금 밸류에이션이 적정하다”고 판단한다.

두 해석 모두 ‘현재 자본조달 비용(할인율)이 낮으니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결과로 귀결된다(Cochrane 1991). 결국 할인율이 낮을 때 투자 확대 → 그다음 해 주식 수익률이 낮아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얘기다(Lamont 2000).

특히 “앞으로의 설비투자 계획”이 “이미 쓴 설비투자비”보다 미래 주가를 예측하기에 더 좋다는 연구도 있는데, 2025년 2월 현재 터져 나오는 대규모 투자 계획들은 향후 12개월간 낮은 시장 수익률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주식 발행

행동재무학에서는 높은 설비투자가 ‘고평가 신호’일 수 있다고 본다. 주가가 너무 비싸면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 그 돈을 투자에 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Baker & Wurgler 2013). 실제로 과거 데이터도 “오늘날 주식을 많이 발행하는 기업이나 시장은 향후 수익률이 낮았다”고 말해준다(Daniel·Hirshleifer·Sun 2020, Baker & Wurgler 2000).

그런데 지금은 특별한 IPO 붐도 없고, 기존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고 있다. “정말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면 왜 주식 발행 러시가 없느냐”는 반론이 가능한 구간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발행이 없어도 높은 CAPEX가 시장 고평가를 시사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투자자 마음에 들기 위한 투자

투자자들이 특정 트렌드를 좋아한다면, 기업들은 주가 상승을 노리고 그 트렌드를 적극 따르는 경향이 있다(Stein 1996). 지금처럼 AI 투자가 시장에서 찬사를 받는다면, 기업들은 실제로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투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폴크·사피엔자(2009)는 “회사가 주식 발행없이 돈을 써도, 높은 CAPEX는 이후 낮은 수익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투자자들이 AI 투자에 열광한다 → 기업들이 이에 부응해 AI 캡엑스를 늘린다 → 해당 기업의 주가는 과도하게 부풀려진다”는 논리가 2025년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동시에 낙관적

또 다른 시나리오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동시에 AI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어서, 굳이 주식 발행 없이도 투자가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빅테크 이익이 급증했다 보니, “이 성장세가 영속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생길 수 있다 (Gennaioli·Ma·Shleifer 2016).

이럴 경우, CAPEX가 효율적으로 쓰이느냐 여부는 부차적이다. 중요한 건, “잘못된 낙관”이 현재의 높은 주가와 많은 설비투자를 동시에 만들어낸다는 점이다(Arif & Lee 2014).

결국 돈을 낭비하게 될 것

닷컴 버블 시절, 통신 서비스 업계가 폭발적으로 설비에 투자했다가 도산한 사례가 속출했던 전례를 떠올릴 수 있다(Doms 2004). 기업들이 잉여현금흐름이 많으면 과투자를 하기 쉬운데(Richardson 2006), 이때 투자자들은 ‘제국 건설(empire building)’로 인한 문제를 과소평가해 주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Titman·Wei·Xie 2004).

또, 호황기의 경쟁 무시는 ‘과잉건설’을 부추긴다(Greenwood & Hanson 2015). 회사마다 “우리가 먼저 투자하면 선점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다 보니, 막상 업계 전체로 보면 지나친 중복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높은 CAPEX는 미래 주가수익률에 부정적 신호를 준다는 여러 증거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시장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완전한 붉은 신호”라고 단언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 분명, 오늘날 높은 투자 계획은 시장 과평가를 시사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다.

  • 그렇다고 1999~2000년처럼 대규모 주식 발행 물결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그래서 이번 ‘대규모 AI 투자’를 시장에 대한 “노란불” 정도로 본다. 심각한 붕괴 시그널로까지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구간임을 시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실제로 이 투자가 기업 이익과 펀더멘털 강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 여부다. 불확실성 자체보다는, 그 불확실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비하느냐가 앞으로의 시장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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