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전자나 광자 같은 아주 작은 입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이다. 이 이론은 고전역학과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는데, 고전역학에서는 물체의 위치와 속도가 확실히 결정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상태를 확률로만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확률 계산의 핵심 도구가 파동 함수(wave function)이다.
파동 함수란?
파동 함수는 보통 \(ψ(x,t)\)로 나타내며, 양자 시스템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수학적 표현이다. 쉽게 말하면, 입자가 어떤 위치에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이 함수 자체는 물리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파동 함수의 크기를 제곱한 값 \(|ψ(x,t)|^2\) 이 바로 확률 밀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위치 xxx에서 특정 시간 ttt에 입자를 발견할 확률을 계산하려면 이 값을 사용하면 된다. 또, 위치뿐 아니라 운동량, 에너지 같은 다른 속성도 이 함수를 통해 계산할 수 있다.
힐베르트 공간
파동 함수가 표현되는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대신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추상적인 수학적 공간에서 정의된다. 이 공간은 양자 상태를 벡터로 표현하는 무대 같은 역할을 한다.
힐베르트 공간이란? 쉽게 말하면, 모든 가능한 양자 상태를 수학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다차원 공간이다. 여기서 파동 함수는 하나의 벡터로 표현되고, 이 벡터를 통해 시스템의 다양한 특성을 계산할 수 있다.
힐베르트 공간에서는 위치나 운동량 같은 연산자를 사용해 측정 가능한 물리적 값들을 얻어낸다.
이 추상적 공간 덕분에 양자역학의 수학적 구조가 가능하지만, 힐베르트 공간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공간은 아니다. 양자역학에 대한 관측을 하면 파동 함수가 특정 상태로 '붕괴'한다(wave function collapse)고 표현하는데, 이는 입자가 어디 있는지 확정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50%의 확률로 고양이를 죽이는 독과 고양이가 들어있는 상자를 개봉할 때 고양이가 살아있거나(1) 죽어있는 상태(0)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자를 열어 고양이를 관찰하기 전 고양이가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는(1+0) 상태를 양자 중첩(superposition) 상태라 일컫는데 (\(|ψ〉=α|φ〉+β|ξ〉)\), 이는 양자 물리학에서 이론적으로만 존재하지 한번도 현실에서 관측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관측될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 명명된 이 유명한 사고실험은 사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 중첩 상태'가 얼마나 이해하기 어렵고 터무니 없는 개념인지 강조하기 위해 고안한 실험이다. 이러한 관점을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을 준수한다고 본다.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의 하나로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에 의한 정통해석으로 알려져 있다.
멀티버스와 양자 컴퓨팅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 함수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지만 그 기초가 되는 양자 중첩 현상에 대한 실체적 설명을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파동 함수는 오늘날의 반도체 회로 설계에 이용될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지만 '붕괴'가 발생할 때(관찰이 이루어질 때) 확률에 따라 한가지 결과만이 나온다는점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가 발생한다. 상자를 개봉할 때 고양이가 살아있다면, 나머지 50% 확률로 죽어있는 고양이는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으로 '다세계 해석(Many Worlds interpretation)'이 등장한다. 다세계 해석은 여러 우주(멀티버스)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우리가 상자를 열 때 양자 중첩이 붕괴되며 확률적으로 한가지 상태로 수렴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고양이가 우리 우주에 온 것이고, 죽어있는 고양이는 다른 우주에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다세계 해석을 선호한다. 양자 컴퓨팅의 작동 방식과 다세계 해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과 양자 중첩(superposition)을 활용하여 멀티버스에서 병렬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양자 얽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얽힘 상태에 있는 입자들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태를 공유한다. 예를 들어,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시 알 수 있다.
이는 고전물리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데,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두 입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통신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얽힌 입자들의 상태는 모든 가능한 결과를 포함하는 거대한 '우주 나무'처럼 분기된다. 각각의 측정은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내며, 모든 가능한 결과가 서로 다른 우주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이 해석에서는 얽힘을 통해 양자 컴퓨터가 병렬 우주에서 여러 계산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본다.
양자 컴퓨팅의 이론적 원리
양자 얽힘의 역할:
양자 컴퓨터에서 얽힘은 여러 큐빗(qubit) 간의 상태를 연결하여 복잡한 계산을 병렬로 수행하게 만든다.
얽힌 큐빗은 단순히 독립적인 데이터 포인트가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계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다세계적 관점에서 병렬 계산: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의 각 계산은 서로 다른 우주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양자 알고리즘(예: 쇼어 알고리즘)이 수를 소인수분해할 때, 각 가능한 계산 경로가 다른 우주에서 병렬적으로 실행된다. 우리가 결과를 관측할 때, 모든 우주 중 하나의 결과가 우리의 현실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코펜하겐 해석과의 차이: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양자 컴퓨터가 단순히 확률 분포에 기반해 계산을 수행하며, 결과를 관측하면 파동 함수가 "붕괴"하여 단일 결과로 수렴한다고 본다.
반면, 다세계 해석은 모든 계산 경로가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가 단일 결과를 본 것은 그 중 하나의 우주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문제는 응용
멀티버스가 실존해도, 우리가 이를 관측하는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속한 우주도 제대로 관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데 다른 우주가 있다는 확정적인 근거를 찾는다는건 바보 같은 발상이다. 그러나 없다는 근거 또한 당연히 없기 때문에 '코펜하겐 해석'과 '다세계 해석'을 추종하는 물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계속해서 대립한다.
양자, 정확히는 이를 이루는 근간이 확률적이라는걸 부정했던 아인슈타인은 "아무도 저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것인가"라는 유명한 질문을 하며 우리가 정확한 기전을 모르는것일 뿐 양자역학 또한 인과관계(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며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추후 이중슬릿 실험에서 양자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아인슈타인은 궁극적으로 틀렸지만, 필자는 질문하고 싶다: "그 누구도 관찰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과연 존재하는것인가?"
관찰자로서의 한계 때문에 양자역학과 이를 설명하는 해석들을 앞서 언급한 힐베르트 공간 같은 가상의 수학적 공간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증명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주장대로 양자역학을 이루는 실제적 기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이해하고 응용하는것은 불가능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