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록 씬을 주도한 weezer
90년대 록 씬을 떠올려보면, 너바나, 펄 잼, 사운드가든 같은 밴드들이 '그런지' 사운드로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던 때였다. 이때 등장한 밴드 중 하나가 바로 위저(weezer)다. 위저는 그런지 씬을 대표하던 어두운 톤의 음악과는 달리, 파워팝 멜로디에 얼터너티브 록을 더한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했다.
위저의 첫 앨범은 '블루 앨범'으로 불리는 1994년 데뷔작이다. 여기서 "Buddy Holly," "Undone - The Sweater Song," "Say It Ain't So" 같은 곡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위저는 단숨에 주목받았다. 이 앨범은 캐치한 멜로디와 함께, 일상적인 고충이나 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또는 약간의 자조적인 유머 같은 주제를 담고 있었는데, 이게 당시에 록 음악을 듣던 젊은 세대들한테 먹혔다고 봐야 한다. 위저는 비주류적이지만 솔직하고 좀 더 가벼운 느낌을 원하는 청중들에게 대안적 음악이 되어준 셈이다.
위저의 음악이 독특했던 이유는 이후에도 이어진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이모'나 팝 펑크가 유행하던 시기에 위저가 선보인 스타일은 블링크-182나 지미 잇 월드 같은 밴드들에게 영향을 줬다. 이들이 만든 캐치한 멜로디와 개인적이면서도 조금은 어색한 가사들이 그 후에 등장한 여러 밴드들의 음악적 토대가 되었다.
결국 위저의 역사는 주류에서 약간 벗어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감'을 제공했던 거라고 볼 수 있다. 주류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으며, 유머와 진솔함, 그리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자신들만의 자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위저가 남긴 영향은 분명히 크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은 위저(weezer) 팬들이 느끼는 정서와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트럼프의 지지와 위저의 음악이 각각 정치와 음악이라는 다른 분야에 속하더라도, 아웃사이더 정체성과 주류에 대한 반발심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발견된다.
위저의 초창기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종종 소외감, 개별성, 어색한 유머와 같은 주제에 공감하곤 한다. 위저의 음악은 주류에 잘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준다. 이들은 언더독 정신과 자기 비하적 솔직함을 받아들이며, 전통적 성공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역시 기존의 정치적 체제에 저항하는 아웃사이더나 반항적 인물로 스스로를 표현해 왔으며, 이는 기존의 정치에 실망을 느끼고 사회 구조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아웃사이더 정체성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크게 호소력을 발휘한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만을 직접 대변하는 인물로 본다. 그의 지지층에는 글로벌화로 인해 소외되었다고 느끼거나 문화적 엘리트와의 괴리감을 경험하는 사람들, 그리고 급격한 사회 변화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포함된다. 위저 팬들이 밴드의 다소 투박하면서도 솔직한 매력에 끌리는 것처럼, 트럼프의 필터 없는 발언 스타일 역시 그의 지지층에게는 기존의 '엘리트' 정치인들의 정제된 발언보다 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또한, 위저의 초기 음악이 향수와 진정성을 자극하는 것처럼,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역시 정치적 영역에서 비슷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특정 미국적 이상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여겨졌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데, 이러한 향수는 위저 팬들이 클래식한 록 시절이나 인터넷 이전의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저의 매력 중 일부는 아이러니한 자기 인식에서 온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과 어색함, 주류에 반하는 태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인기 역시 이를 반영하는 면이 있다. 그는 자신의 논란적 성격과 ‘반(反)정치인’적 태도를 숨기지 않으며, 이를 통해 ‘존경받는 정치인’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 다수는 이러한 비주류적 태도가 오히려 기존 정치 엘리트와의 단절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으며, 위저가 기존 록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의 재선은 아웃사이더, 진정성, 필터 없는 소통을 가치 있게 여기는 문화적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는 위저 팬들이 음악에서 찾는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며, 기성의 기준에서 벗어난 무언가에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위저의 리드 보컬이자 작곡가인 리버스 쿠오모는 세계에서 가장 엘리트로 평가받는 하버드 대학에 재학하며 밴드를 병행하다 자퇴했으며(2000년대 후반 재입학 후 졸업)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의 성공한 부동산 개발자의 아들로 태어나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받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Penn) 와튼 스쿨을 졸업했다.
Pinkerton
Pinkerton (1996)은 쿠오모의 가장 개인적이자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하버드에서의 경험과 한 차례 무산된 록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은 이 앨범은 이전 앨범과 비교해 훨씬 더 거칠고 고백적이며 어두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처음 발매 당시에는 평이 좋지 않았고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역사상 최고의 이모 앨범 중 하나로 꼽힌다. Pinkerton은 쿠오모의 좌절과 불안, 명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난, 강렬하고 거친 작품이다.
weezer: Falling For You
그중에서도 "Falling For You"는 필자가 앨범에서 가장 애정하는 곡인데, 거칠고 리듬감있는 멜로디와 리버스 쿠오모의 감정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가사가 매력있긴 하지만 곡의 완성도를 토대로 평가한 것은 아니고, 재미있는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어느 회사 제품이죠?"라는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한국 여자의 말은 리버스 쿠오모가 LA 근처에 세워둔 밴(승합차) 안에서 곡을 녹음할 때 기타 앰프에 라디오 전파가 간섭을 일으켜 한인 라디오 방송 광고 일부가 녹음된 것이다. 쿠오모는 그걸 다시 녹음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는데, 그에게는 그게 마치 “신의 개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글의 목적
사실 두번째 단락("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은 챗GPT에게 위저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정서 및 가치와 트럼프가 당선된 걸 엮어서 설명해달라고 한 뒤 약간 가공한 결과물이다. 처음부터 읽은 독자 중 눈치챈 분은 거의 없을것이라 생각한다.
자료: 에브리타임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과 위저의 음악이 대표하는 사람들의 정서가 연관이 아예 없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건 너무 타인의 논리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다.
위 스크린샷에서 서울대 학생이 한 발언은 실제 권위있는 경제학자, 국제정세 전문가, 미국 정치 전문가들에게도 동일하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주장을 먼저 세우고 그에 걸맞는 데이터를 취사 선택하는건 나도 모른채 너무나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다.
오늘의 글은 그저 필자가 한 때 굉장히 좋아했던 밴드(물론 지금도 좋아한다)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끝에 나온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