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의료상담 토픽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 김나영입니다.
지난 잉크에서는 전신마취 이후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한 글을 썼었는데요. 해당 잉크에 한 독자분께서 반대로 수술 중 각성의 가능성도 높냐는 질문을 써주셨습니다. 이 또한 전신마취를 받는 많은 환자분들께서 걱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술 중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환자가 깨어 있는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을 종종 보신 적 있을 거에요.
▲ 수술 중 각성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스릴러 영화 "어웨이크"의 포스터
이런 장면은 긴장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궁금해하실 거에요. 이번 잉크에서는 수술 중 각성(Anesthesia Awareness)의 실체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마취과 의사의 노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술 중 각성이란?
수술 중 각성은 전신 마취 상태에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거나 통증, 움지임을 느끼는 드문 현상을 말해요. 일반적으로 의식은 없으나 일부 환자는 소리, 압박감, 심지어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전신마취 환자 중 약 0.1% 미만에서 발생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환자는 그 경험을 모호하게 기억하거나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각성의 원인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 의해 발생 가능합니다 :
1) 마취제 용량 부족 : 기저 질환이나 약물 상호작용, 환자의 개인적인 대사 능력 차이로 인해 마취제 용량이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2) 고위험 수술 : 심장 수술이나 제왕절개 등 환자 생명 징후를 유지해야 하는 긴급 상황에서는 마취제 용량을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3) 기계적 문제 : 드물게 마취기 오작동이나 약물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술 중 각성의 예방
마취과 의사는 환자 병력과 약물력, 체중, 연령, 기저질환을 면밀히 평가하여 환자에게 적절한 마취제 용량을 결정하고 마취 계획을 수립합니다. 수술 중에는 마취 깊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뇌파 측정 장치 등을 사용하여, 환자 마취 깊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 조치할 수 있습니다.
▲ 마취 심도 측정 방법 중 하나인 BIS 입니다. 이마에 저런 센서 스티커를 붙여서 모니터에 뜨는 수치를 확인하게 됩니다. 0~100의 수치로 나타나며, 각성 상태일수록 100에 가깝고, 전신마취에 적절한 BIS 는 40~60입니다. 마취과 의사는 마취제를 조절하여 BIS 40~60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대학병원 처럼 큰 병원에는 이런 뇌파 측정 장치가 있는데, 이것이 없더라도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생명 징후(심박수, 혈압, 호흡 패턴)를 세심히 관찰하여 각성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박수와 혈압의 갑작스러운 상승은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를 즉각 감지하고 대응하여 각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 각성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이런 상황에서, 미다졸람을 투여하여 전향적 기억상실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는 환자가 수술 중의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돕는데, 각성 자체를 방지하는 목적이라기보다는 환자가 수술 중 느낄 수 있는 잠재적인 불편한 기억을 차단해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목적입니다.
수술 중 각성의 경험과 관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중 각성을 드물게 경험한 환자의 경우에는, 이후 불안이나 악몽,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을 겪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고 환자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취과와 심리치료 전문가가 협력하여 환자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수술 중 각성은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며, 현대 의료 기술과 철저한 마취 관리를 통해 그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의료진은 이를 즉시 감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전신마취를 앞두고 있다면 이런 걱정은 조금 덜어내도 좋겠습니다. 마취과 의사는 늘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최적의 관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잉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