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경원 인문·예술 전문가입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질 낮은 종이로 만든 펄프매거진이 유행했다. 주로 대중이 흥밋거리로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이 실렸는데, 여기 실린 소설들을 보통 펄프픽션이라 불렀다. 펄프매거진은 가격도 싸고 표지도 자극적이었던 탓에 사람들은 가볍게 사서 읽은 후 쉽게 버리곤 했고, 자연히 펄프픽션 역시 싸구려 소설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런 만큼 펄프매거진은 문턱이 낮아,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를 잡기 어려운 무명작가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모든 소설이 다 저급은 아니라 펄프픽션에서 시작해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도 적지 않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 레이먼드 챈들러 역시 그중 하나다.
문학에서 ‘하드보일드’는 보통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사건을 냉정하고 건조하게 다루는 글을 가리킨다. 이러한 특성상 추리소설에서 크게 발전한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미국 범죄소설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으며 1940년대 이후 필름 누아르가 발전하는 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이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형태와 방식을 다듬어 완성한 대가라 평가받는다.
대표작은 딥슬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