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지숙 전문가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회화는 더 이상 단일한 규범이나 재현의 기준으로 정의될 수 없는 열린 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하고 AI가 이미지 생산의 속도와 규모를 바꾸는 시대에, 회화는 오히려 느림과 물질성, 신체적 행위, 감각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만의 자리를 다시 확보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더 이상 회화는 현실을 대신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이미지의 과잉과 탈맥락화 속에서 감각적 실체를 되찾게 하는 반기술적 장치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디지털과 물성을 교차시키며 이미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 자체를 드러내는 개념적 플랫폼이 되기도 합니다.
즉 회화의 고유한 가치는 전통성과 고유성의 보존이 아니라, 이미지의 시대에 이미지의 실체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능력에 있다고 보고, 매체적 위상 또한 폐기나 쇠퇴가 아니라 확장과 재정의의 과정 속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