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송종민 과학전문가입니다.
앞으로 약 50억 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는 끔찍한 운명이 닥치게 된다. 핵융합의 불씨가 서서히 멎어가면서 태양이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부풀어오르고, 결국 이글거리는 태양 표면이 지구 코앞까지 다다르게 되는 것. 이건 우주의 법칙이 변하지 않는 한 반드시 벌어질 필연적인 일이다. 우리 후손들이 정말 운좋게 크게 싸우지 않고 50억 년 가까이 지구에서 오손도손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 운명은 피할 수 없다. 하늘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태양 표면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존 전략은 한 가지. 거대하게 부푼 태양으로부터 멀리 태양계 외곽 행성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목성과 토성 궤도 정도로 인류가 이주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크게 부푼다면 그때쯤이면 목성, 토성 궤도 정도가 오히려 태양 빛을 적당히 받는 골디락스존에 들어올 수 있다. 50억 년 후라면 태양계 외곽까지는 어렵지 않게 여행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디 천문학적 행운이 함께 하길….
그런데 목성, 토성으로의 이주 계획이 성공하려면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태양이 적색거성을 거쳐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지고 백색왜성만 남기게 되더라도, 목성과 토성이 아예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태양계 안쪽 궤도를 도는 수금지화 암석 행성은 거대하게 부푼 태양 표면에 잡아먹힐 것이다. 그에 비해 태양계 외곽을 도는 가스 행성들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렵다. 거센 태양의 폭발에 휩싸여 가스 행성들도 산산이 파괴될지, 아니면 그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아 결국 백색왜성이 된 태양 곁을 꿋꿋하게 맴돌지….
최근 제임스 웹이 우리 후손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지 모르는 흥미로운 현장을 발견했다. 오래전 폭발과 함께 사라진 백색왜성 곁에서 꿋꿋하게 궤도를 돌며 생존한 가스형 외계행성을 포착한 것이다! 중심의 별이 폭발하더라도 곁의 행성이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