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델리 술탄 왕조 시대에는 이슬람의 세력이 인도를 지배했었지만 그렇다고 인도의 중심 중교인 힌두교를 변화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일부는 이슬람으로 개종했을지언정 전체적인 사회에서는 여전히 브라만이 중심이 되는 카스트 제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거기다 사회 내에서 여성의 지위 또한 변한 것이 없었다. 여성은 여전히 조혼을 하고 남편에게 헌신하는 것을 최상의 의무로 여겼으며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커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아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파혼이나 이혼은 몸에 불치병이 있다든가 큰 장애가 생겼다든가 자식을 낳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되었다. 당연히 여자들은 재혼도 불가능했다. 남편이 사망한 경우 함께 화장하는 힌두교의 사티 제도에서마저 부인의 미덕으로 존속했을 정도였다. 여기다가 이슬람의 영향으로 여성들은 더더욱 남성에게 의존하는 위치로 전락했다.
델리 술탄 왕조 시대의 인도 사회는 주로 종족과 인종, 종교를 중심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슬람 외래인 출신이 최상위층, 현지인 무슬림이 중간층, 비무슬림 토착인이 최하위 카스트였다. 그래서 튀르크인, 이란인, 아프가니스탄인, 아랍인, 인도인이 서로 통혼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거기다 힌두교와 이슬람간의 결혼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