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은 유교적 성군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유럽 왕들처럼 대규모 전쟁이나 화려한 궁궐 짓기를 취미로 삼기는 어려웠지만 그 안에서도 각양각색의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가장 흔한 취미는 독서와 활쏘기였습니다. 세종대왕은 눈병이 날 정도로 지독한 독서광이었고 정조는 활쏘기 실력이 신궁 수준이라 50발 중 49발을 맞힌 뒤 마지막 한 발은 겸손을 위해 일부러 빗맞히는 것을 즐겼습니다. 동물과 식물을 사랑한 왕들도 많았는데 성종은 이국적인 새와 꽃 기르는 것을 좋아해 신하들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했으며 숙종은 금손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곁에 두고 수라상을 받을 때도 고기를 떼어 줄 만큼 지독한 애묘가였습니다.
연산군처럼 사냥과 연회에 몰두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체로 조선의 왕들은 서예, 그림, 정원 가꾸기 같은 정적인 활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강화도에서 농사짓다 온 철종은 궁궐 안의 못을 정리하며 옛 고향 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선 왕들의 취미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수양의 한 방법으로 여겨졌다는 점이 유럽 왕실과는 다른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