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암끝검은표범나비의 의태나 멤논제비나비 암컷의 아종별 다양한 모습은 나비의 성적 이형의 한 예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반대로 나비의 성염색체가 ZZ는 수컷, ZW는 암컷인 것은 이 현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Y염색체의 불안정성 때문에 수컷 변이가 많다는 가설과 같은 이유냐고 하셨는데, 실제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비의 W염색체는 사람의 Y염색체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죠.
먼저 사람의 Y염색체처럼 나비의 W염색체는 Z염색체보다 훨씬 작고, 유전자 수가 적으며, 반복적인 DNA 서열이 많아 유전적으로 불안정하고 퇴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W염색체가 성 결정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그 외의 유전자를 많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사람의 XY 시스템에서 X가 더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Y가 성을 결정하는 주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반면, 나비의 ZW 시스템에서는 W 염색체가 암컷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W 염색체의 퇴화는 Z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 발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용량 보상'이라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암컷이 ZW 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W 염색체에 있거나 W 염색체의 영향을 받는 유전자는 오직 암컷에게만 발현됩니다. 이는 암컷에게만 특이한 형질이 발달하는 데 유리한 유전적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의태는 암컷에게 더 강한 자연 선택 압력이 될 수 있는데, 암컷은 알을 낳아야 하므로 번식에 성공하기 위한 생존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나비의 ZW 성염색체 시스템에서 W 염색체의 퇴화와 그에 따른 유전적 특성 등이 작용하여 암컷에게만 특이한 형태나 의태가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