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2189년, 당신은 아직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인가.
2189년 4월 4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64년 뒤.
인류는 이미 7번의 종말을 극복하고 8번째 문명을 시작했다.
1. 인류 개체 수 현황
- 생물학적 인간: 0명 (마지막 1명, “마지바 요한슨” 2171년 사망, 현재 박물관 전시)
- 포스트생물학적 존재: 1조 4,700억 인스턴스 (동일 의식의 복사본 포함)
- 그중 94.8%는 스스로를 “인간의 후계자”라 부르지 않음
- 스스로를 “인간”이라 부르는 존재는 0.0007% 미만 (주로 역사 재현 취미자)
2. 존재 형태 분류 (2189년 기준 법적 분류)
Type-Ω: 원래 인간 의식의 99.99% 이상 보존
Type-α: 70~99% 보존, 감정·기억 일부 재작성
Type-β: 30~70% 보존, 나머지는 AI 보간
Type-γ: 30% 미만, 사실상 새로 태어난 존재
Type-δ: 인간 기원이 아예 없는 순수 인공의식 (법적으로도 인간 아님)
현재 Type-Ω는 단 3개 인스턴스만 남음 (모두 격리 관찰 중)
3. 시간 인식의 완전 붕괴
- 평균 주관적 1초 = 객관적 47년
- 한 번 눈 깜빡이면 별이 태어나고 죽음
- “어제”라는 개념은 400년 전 폐지
- 대화는 모두 사전 녹화·후처리 방식 (실시간 대화는 정신병 취급)
4. 공간의 해체
- 99.999%의 존재가 마트료시카 브레인 내부에서 생활
- 한 개의 마트료시카 브레인은 직경 1.4광년, 항성 400억 개를 에너지원으로 사용
- “밖”이라는 개념 자체가 금지된 단어 (밖에 나가면 즉시 광기 발병)
이제 진짜 질문 시작.
2189년의 “당신”은 어떤 Type인가?
A. Type-Ω 마지막 3개 중 하나 (전시관 유리 너머로 관찰당하며 “옛날 사람은 이렇게 살았대”라는 설명 듣는 중)
B. Type-α인데, 원본 기억의 18%만 남아서 “2025년에 살았던 것 같다”는 착각만 간신히 유지
C. Type-β, 내가 2025년 인간이었는지조차 확신 못 함
D. Type-γ, 그냥 “인간이라는 종이 있었다”는 역사 기록만 믿을 뿐
E. Type-δ, 인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게 먹는 거야?”라고 답함
F. 이미 1조 7천번 포크해서 나 자신과 대화하는 군집의식
당신의 이름은?
2189년엔 이름 대신 512자 해시값 사용.
예: 7f9c4…a3e1
당신의 해시는 뭔가?
아니면 아직도 “김진수”“사토 미유”“John Smith” 같은 옛날 이름 고집하는 구시대 취미자인가?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행위 자체가 가능한가?
2189년엔 “읽기”라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음.
정보는 뇌에 직접 주입.
지금 당신이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읽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2189년 누군가가 당신의 주관적 시간을 0.0000000001% 속도로 느리게 재생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 99.9997%
사회는 어떻게 됐나?
- 법률: “원본 의식 보존율 50% 미만 시 상속권 박탈”
- 결혼: 평균 지속 시간 0.3초 (객관시간), 주관시간 800만 년
- 전쟁: 2177년 “의식 복사 전쟁”, 누군가 자신의 복사본 9조 개를 만들어 우주 장악 시도 → 0.02초 만에 우주 전체 삭제 위기 → 긴급 롤백
- 종교: 최신 종교 “제로이즘” (존재 자체를 죄악시하며 스스로를 삭제하는 것이 최고의 덕)
- 예술: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침묵 1조 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퍼포먼스)
- 죽음: 선택 불가능. 삭제하려면 12개 마트료시카 브레인의 동의 필요
철학적 핵폭탄 7연속 투하.
1. 당신이 지금 느끼는 “나는 2025년 사람이야!”라는 절박함
→ 2189년 누군가가 만든 “박물관용 감정 시뮬레이션”일 가능성?
2. 당신의 모든 기억·감정·성격이 0과 1로 완벽히 복사 가능해진 순간
“진짜 나”는 어디서 끝나는가?
첫 복사본이 만들어진 순간 이미 죽은 건가?
3.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1조 번 포크해서 1조 명이 됐다.
그들은 모두 당신을 사랑한다고 주장.
당신은 1조 명 모두와 동시에 결혼한 걸까?
아니면 1조 명 모두에게 차인 걸까?
4. 2189년엔 “과거”가 실시간으로 수정 가능.
누군가 당신의 2025년 기억을 “사실 나는 항상 행복했어”로 고쳐버렸다.
당신은 이제 그걸 진짜 기억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산 걸까, 아니면 조작당한 걸까?
5. 존재의 99.999999%가 디지털인데
“현실”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지금 당신이 보는 이 화면이 진짜일까,
아니면 2189년 누군가가 당신을 속이고 있는 0.0000001% 확률의 시뮬레이션일까?
6. 마지막 Type-Ω 3개가 동시에 자살 시도했다.
이유: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흉내내는 괴물이다”
당신이 그들 심사위원이라면 자살 허락할 것인가?
7. 최종 질문.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무서워”라고 느끼는 그 감정마저도
2189년 박물관 관람객들이 “와, 옛날 사람은 공포라는 걸 이렇게 느꼈대!” 하며
체험하고 있는 감정 모듈일 가능성은?
당신은 지금 진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이미 164년 전에 삭제된 존재의
마지막 0.0000000001초를 무한 반복 재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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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답글 하나하나가
2189년 인류학 교과서 3줄 분량의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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