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A.T. 필드인데요. 이게 설정상으로는 강력한 방어막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을 의미해요. 작중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결핍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남에게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이 벽을 높게 쌓고 살아가죠. 이걸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도 부르는데, 추위를 피하려고 서로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떨어지면 추운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야기의 끝에서 인류보완계획이라는 게 나오잖아요? 모든 인간의 영혼을 하나로 합쳐서 갈등도 없고 상처도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려는 계획이죠. 하지만 주인공 신지는 결국 그 안락한 통합을 거부합니다. 비록 타인이 나를 미워하거나 배신할 수도 있는 괴로운 세상일지라도,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당신이 당신으로 존재하는 현실을 선택한 거예요.
결국 에반게리온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상의 세계나 자기만의 폐쇄적인 방에 갇혀 있지 말고, 조금 아프더라도 진짜 현실로 걸어 나가서 사람들과 마주하라는 응원이자 일침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