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 떼가 태풍을 만나면 비교적 안전한 '태풍의 눈' 안에 머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풍은 안쪽으로 갈수록 풍속(風速)이 빨라지지만, 그 중심은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는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를 태풍의 눈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땅으로 부는 하강(下降) 기류 때문에 구름이 생기지 않아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다.
미국 네브래스카 링컨대학 지구대기과학과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과학 학술지 '생태학과 보전을 위한 원격탐사(Remote Sensing in Ecology and Conservation)'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허리케인 42개의 눈을 관측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태풍의 눈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새 떼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태풍이 거셀수록 더 많은 새가 눈 안에서 발견됐다. 세찬 폭풍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들이 안전한 태풍의 눈 안으로 모여들었다는 의미다.
연구진에 따르면 태풍의 눈은 새들에게 피난처인 동시에 덫이 되기도 한다. 태풍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태풍의 눈 안에 갇혀 있게 돼서다. 움직이는 태풍의 눈을 따라 쉬지 않고 수천㎞를 이동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