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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조 거래하는 퀀트 트레이딩 회사 대표, "개인은 가치투자 해야"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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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직접 만나본(CTO, 디렉터와 미팅) 대한민국 출신 신흥 금융사 중 사실상 유일하게 '찐'이라 인정하는 알고리즘 기반 크립토 트레이딩 회사 프레스토랩스의 대표 김용진이 더 밀크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은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 대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내재가치를 보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가치 투자와 같은 형태다. 퀀트를 제대로 하려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알고리듬도 정교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개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반면 매매 가격에 당위적인 이유가 반영될 때가 있다. 기업 실적이 예상과 크게 달라 어닝 쇼크를 기록하거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과거 통계와 관계 없이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른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고 펀더멘털(근원적 요인) 관련 이벤트가 벌어지는 걸 추적해 투자한다면 개인도 충분히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 

프레스토랩스의 정확한 역사는 필자도 모르지만, 미팅을 했었던 2년전 당시 일 거래규모가 1조원 정도라 들었고 작년 기준 3조원이라 하니 크립토 시장에 점점 더 많은 전통의 금융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알고리즘 기반 마켓 메이킹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마켓 메이커는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괴리를 이용해 초고빈도매매(HFT: High-Frequency Trading)를 실행하고 매우 소액의 수익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 수많은 비연관 차익거래 기회들을 포착하고(금융 상품의 가격이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거래; 이럴 경우 시장이 한쪽으로 움직이는 큰 변동성을 보이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거나 제한할 수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10배 정도 태우는 방식으로 수십년간 연평균 수익률 60%대를 기록한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의 메달리온 펀드 또한 알고리즘 기반 매매라 볼 수 있다.

하루 3조원을 거래하는 프레스토랩스의 김용진 대표조차도 "퀀트 트레이딩 회사로서 시타델, 점프 트레이딩 같은 대형 기업보다 시스템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하는 대목에서 이 회사가 상당한 자금을 자기자본으로만 운용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알 수 있다. 바로 트레이딩 무대가 크립토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초고빈도매매/알고리즘 기반 미국 헤지펀드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좋은 수익률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했을때 그 재료가 소멸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이제는 알고리즘 그 자체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먼저 트레이딩을 마치는 속도가 더 중요해져서 뉴욕거래소(NYSE)가 헤지펀드들에게 임대료를 받고 거래소 서버옆에 헤지펀드의 서버를 두는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이며, 이런 부가적인 비용들은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경제학에서는 '시장이 효율적이다'고 말한다.

그동안 크립토가 알고리즘 기반, 흔히들 '퀀트'라 말하는 트레이딩 기법에 적절했던 이유는 기관투자자로 불리는 마켓 메이커가 적거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을수록 시장 가격은 비합리적이며, 유동성은 부족하기 때문에 차익거래(arbitrage)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2017~8년 비트코인 붐을 타서 부자가 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빚을내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사람들이 아니라 외국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으로 들여와 되파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리우는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하고 이용했다. 물론 김치 프리미엄 그 자체는 외국환 거래법과 관련 규제로 인해 생성된 인위적인 버블이라 해석할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처럼 거래마다 10%가 넘는 확정 수익 기회를 주는 기회는 금융시장 역사상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탑티어 퀀트 헤지펀드들에 대한 프레스토랩스 대표의 겸손함은 상대적으로 쉬운 시장에서 거래하는것에 기인한다고 추측한다.

우리는 이렇게 효율적인 금융시장을 가진 세상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 인플루언서들은 적절한 데이터 파이프라인과(실시간으로 받으려면 매우 비싸다) 그들의 통계적 연관성을 발견해내고 거래 실행까지 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접근성이 전무한 일반인들도 퀀트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매우 작은 규모의 차익이라 금융 기관들이 굳이 참여하지 않는 시장도 존재하는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알고리즘 매매나 퀀트 기법을 이용해 확정수익을 내는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것이 필자의 생각이고, 하루 3조원을 거래하는 프레스토랩스 대표의 생각이기도 한 것 같다.

어웨어가 기업의 펀더멘탈을 근거로 하는 가치투자를 미국시장에서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이미 극도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개인이 단기적인 거래로 차익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내가 단기적으로 불리한 가격에 진입할 확률을 낮춰준다. 또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며 경영진과 주주들의 인센티브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는 기업들을 많이 찾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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