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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업은 엔트로피와의 끝없는 싸움

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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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ff의 Bryan Hobert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최소한 경제적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 즉, 자기자본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의 이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독소가 축적되고,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채용과 관련해 활용할 수 있는 몇가지 치트키가 있다. 창업자들은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초기에 합류한 직원들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들 역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회사로 데려올 강한 인센티브를 갖는다. 물론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이 너무 동질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데, 이는 기대값을 낮추기보다는 변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라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오히려 성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방식이 초기 인력 확충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특히 스타트업 초반에는 자본 비용이 가장 높고, 필요한 인력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것이 큰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이런 모델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100번째에 입사한 직원이 10번째 직원만큼 회사에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고, 주어진 지분도 적을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순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결국 회사가 성장하면서 채용 과정은 점점 더 복잡하고 비싸지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된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맞닥뜨리는 가장 큰 병목 중 하나는 ‘비대칭적 정보’‘의사결정 피로’ 문제다. 작은 조직에서는 정보가 빠르게 흐른다.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 무언가를 숨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창업자이거나 창업자의 직속 보고 라인에 있는 경우라면 정치적인 역학이 개입할 여지도 많지 않다. 그러나 공식적인 조직도가 있는 회사라면, 실제로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이 조직도와 다른 ‘비공식 조직도’도 존재한다. 이를 '정치적'으로 볼 수도 있고, '효율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는 조직 내에서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성장할수록 피할 수 없는 세금 같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바로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개인에게 유리한 선택과 회사 전체에 유리한 선택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단순히 노골적인 정치 싸움으로 나타나면 그나마 인지하기 쉽지만, 더 흔하면서도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는 불편하지만 중요한 정보가 조직도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 출시 일정이 비현실적이다",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갖고 있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정보는 직원 → 매니저 단계를 거치면서 쉽게 공유될 수 있지만, 만약 그 정보가 해당 매니저의 역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라면, 그 정보는 윗선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장부 외 거래’ 같은 개념이다. 즉, 문제를 보고하기보다 조용히 해결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이런 현상은 모든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메일을 보낼 때 "늦은 답변 죄송합니다"라고 적는 순간 저런일은 이미 일어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피로’다. 오바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내 책상 위에 올라오는 결정 중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흑백이 명확한 문제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해결한 뒤였다.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 탑다운이든 바텀업이든, 예외 케이스에 대한 결정은 결국 최고경영진에게 몰리게 되어 있다. 조직도가 한 계단씩 늘어날 때마다, 결국엔 CEO까지 올라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증가한다. 즉, 회사가 성장할수록 조직의 최상층이 하루 동안 처리해야 하는 의사결정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a16z의 Marc Andreessen은 "스케일업이 가능한 경영진과 그렇지 않은 경영진을 가르는 핵심 역량은 ‘매니저를 관리하는 법을 아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위임이란 "부하 직원들이 가끔은 매니저가 원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창업자가 경영권을 직접 쥐고 흔드는 스타트업에서 점차 독립적인 조직으로 성장하려면, 창업자는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한정적이다. 회사가 창업자의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역량에 의해 성장 한계가 정해질 수도 있고, 창업자와 거의 동일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려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창업자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더 어려운 일이다. 혹은 원칙과 목표를 배제하고 모든 것을 체크리스트로 운영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단단한 조직이 되기 어렵다.

결국 회사도 생물과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받아들여서 정보로 가공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용한 정보가 손실되는 비율은 측정할 수 없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기업을 일종의 ‘재무적 엔트로피 감소 장치’로 보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즉,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자본조달 비용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이론적으로 영원할 수 없는 기업의 실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결국 ‘정보가 제대로 흐르게 만들고, 의사결정이 보다 낮은 레벨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달려 있다.

생존이란 결국 엔트로피와의 싸움이다. 그래서 기업을 생물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는 단순히 질서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열역학 법칙의 근본적인 한계에 가로막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엔트로피를 줄이는 확장 가능한 방식은 태양과 같은 거대한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농업이든 태양광이든, 직접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든, 아니면 화석연료처럼 저장된 태양 에너지를 소모하든, 결국 기업의 성장 역시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투자는 자본 비용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즉 엔트로피에 맞서는 기업들에 자본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단순화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자본 비용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는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업이익률이 회사의 자본 비용에 수렴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이나 대체제를 생산할 수 있는 경쟁사에 자본을 제공하면서 제품의 공급을 늘리고, 공급은 해당 제품을 팔 때 남는 마진이 시장 수익률에 수렴할 때 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시장이란 초과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초과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일부는 그렇지 못한 수익을 내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여기서 기업들의 주가와 이자율은 초과수익의 창출여부와 그 규모를 반영하기 위해 조정된다. 자본은 기업이 엔트로피에 도달하도록 하는 촉매제이고, 투자는 그 촉매제를 제공하는 행위이다.

유진 파마의 '효율적 시장 가설'은 그런 의미에서 틀렸다고 볼 수 있다. 자본과 이를 제공하는 투자자들의 행동은 기업의 초과수익을 0에 한없이 수렴하도록 밀어붙이지만, 기업 또한 엔트로피에 끝없이 맞서서 초과수익을 창출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과 투자자들 사이의 끊임없는 눈치보기와 줄다리기는 결국 평균적으로 '왜곡된 가격'으로 구성된 시장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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