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 신용 위험도 분석 – 2025년 1분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2025년 1분기 미국 가계부채 및 신용보고서를 발행했다. 오늘 이 보고서의 몇 가지 중점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요약: 소폭 증가세인 가계 부채, 높아지는 연체율
총 가계부채는 전 분기보다 1,670억 달러 증가하며(0.9% QoQ) 총 18.2조 달러에 도달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약 4조 달러 이상 불어난 셈이다. 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은 주택 관련 대출에서 발생했다.
모기지 잔액은 1,990억 달러 증가해 총 12.8조 달러에 달했으며, 주택담보신용대출(HELOC) 역시 6억 달러 늘어나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소비 관련 부채는 다소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용카드 잔액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290억 달러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6% 넘게 증가했다. 자동차 대출은 130억 달러 감소하며 2011년 이후 드물게 분기 기준으로 줄어들었고, 리테일 카드나 기타 소비자 대출도 120억 달러 감소했다. 학자금 대출만 예외적으로 160억 달러 증가해 총 1.63조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거 외 부채 총액은 380억 달러 줄어들며 전 분기 대비 0.8% 감소했다.
대출 실행 규모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신규 모기지 증권 발급은 4,260억 달러로 소폭 늘었고, 신용카드와 HELOC 한도 역시 각각 770억 달러, 30억 달러 증가했다. 다만 대출 신용도 측면에서는 신호가 엇갈렸다. 자동차 대출 발급자의 신용점수는 상승한 반면, 모기지 발급자들의 점수는 소폭 하락해 신용도 낮은 차입자의 유입 가능성이 있다.
연체율은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전체 부채 중 연체 상태로 분류된 비중은 4.3%로, 전 분기의 3.6%보다 높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학자금 대출 부문에서 발생했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유예되었던 학자금 연체 기록이 다시 신용 보고서에 반영되면서 90일 이상 연체된 학자금 대출 비율이 1% 미만에서 7.7%로 급등했다. 모기지, HELOC, 학자금 대출 모두에서 고정이하여신(90일 이상) 전환율이 증가한 반면,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는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파산을 신고한 소비자는 10만 5천 명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고, 채권추심 계좌를 보유한 소비자 비중은 4.6% 수준에서 변동이 없었다. 다만 신규 주택 압류는 6만 2천 건 발생해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며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요약하자면, 가계부채 총량은 여전히 늘고 있으나 비주거 부문에서는 부분적으로 긴축이 감지되며, 학자금 대출 연체의 급증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의 증가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경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위험도 정밀 분석
연체기간별 대출 잔액 비중

연체기간별 대출 잔액 비중
고정이하여신(통상적으로, 90일 이상 이자가 연체된 대출)의 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1분기 만에 90일, 120일, 그리고 심각하게 손상된 여신의 비중이 전체 대출액의 2% 정도에서 3%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는 30~60일의 단발성 연체에서 심각한 연체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것을 의미하며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계의 수가 빠르게 증가중임을 시사한다.
대출 유형별 고정이하여신 잔액 비중

대출 유형별 고정이하여신 잔액 비중
바이든 대통령 시절 적용되었던 학자금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서 학자금 대출의 고정이하여신 잔액 비중이 대폭 상승하였다. 신용카드의 고정이하여신 잔액 비중 상승세도 5분기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카드사에게 부담을 주고 있으며(대손충당금 적립) 미국인들의 미래 소비여력이 감소할 확률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외에도 오토론, 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신용대출 모두 고정이하여신 잔액 비중이 상승세이나 그 폭은 완만하며 역사적으로 경제/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수준 아래이다. 고정이하여신의 증가 속도는 우려되는 포인트지만, 아직 금융사에 절대적으로 위험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JP Morgan의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은행 측은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재무 상태도 아직은 건전하다고 판단했다. 소비자 심리는 악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 행태 변화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모건은 4월 한 달 동안 예상치(2.9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9.73억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며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도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은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있다. 이말인즉슨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대출 유형별 신규 연체 전환율

대출 유형별 신규 연체 전환율
아웃라이어인 학자금 대출을 제외하면 주택담보대출과 주택담보신용대출의 신규 연체 전환율이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그 속도가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며, 신용카드와 오토론의 연체 전환율은 하락 전환했다. 완연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에서 관리가 되는 모습으로 보인다. 고정이하여신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진 상황에서 신규 연체 전환율이 떨어졌다는것은 금융사가 1분기 동안 신용 공급을 보다 보수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내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된 기간동안 가계 신용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로도 작용할 수 있을것 같다.
총평
1분기에 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금융사들이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중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보다 보수적인 신용 공급으로 인해 가계 소비여력이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