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 토픽

  • 스파링

  • 잉크

  • 미션


더없이유연한파스타

더없이유연한파스타

24.09.20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요 어떻게 해야 내가 안 창피할까요? 푸념글 매우 길어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창피해서 못 살겠어요. 인정 욕구가 강한걸까요? 저는 교육자인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혼난 기억이 아주 많아요.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가족들이 부모님 힘드시니까 말 잘 들어라 라고 항상 말했어요. 착해야한다, 인사 잘해야 한다, 선생님을 존경해야한다, 조르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혼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부모님께 칭찬 받은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무뚝뚝하고 인색하셔서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으니 너무 벅찼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학원에서 학생으로 공부하며 문제를 틀렸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나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혼나는 것이 두려워져서 선택적 실어증이 생겼습니다. 남이 나를 혼내거나 답답해하는 티를 내면 숨이 턱 막히고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이건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습니다...

초등학생 때 최선을 다했을 때 전교 7등을 했었는데 그 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늘 비교대상이던 반 친구보다 점수가 좋았어서 분명 칭찬 받겠다 싶었죠. 하지만 잘했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무슨 문제를 틀렸냐고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자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전교 40등 안을 겨우 유지했습니다. 잘했다는 말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친구 무리에 전교 10등 안인 친구가 세 명이나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과 매일 비교 당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없으니 자기 자신을 비하하기 시작했습니다. 칼로 긋는 자해는 하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것으로 살을 에거나 찍고 머리카락을 뜯는 자해 습관이 생겼습니다. 매우 자주 충동적으로 자살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정점을 찍었던 일이 중3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에 부모님이 오셨습니다. 제가 시험을 잘 보는지 응원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왜 오신 거냐고 묻는 친구들 의문에 대답하기가 창피하고 시험 시간에는 뒤에서 부모님이 틀리나 안 틀리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손이 연필을 잡지 못할 만큼 떨렸습니다. 결국 교실에서 다 들리게 눈물콧물 흘려가며 시험지를 제출하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위로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부모님이 날 미치게 만든다고 생각했고 더이상 미치지 않으려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같이 죽고 싶었지만 한 순간에 절대 죽고 싶지 않아졌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 뒤로 반항하듯 학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희망 진로도 제 맘대로 바꿨고 어떻게 운이 좋아서 대학교에 붙긴 했지만 지금도 부모님은 국립대가 아니라서 창피하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 대학 어디로 갔는지 말을 얼버무리십니다.

반항하고 나돌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많이 외향적으로 변했습니다. 대학 학점도 평균 4.1로 나쁘지 않게 졸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졸업하고 나니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현저히 적어졌습니다... 학생 때와 달리 사람은 만나기 어려워지고 취업 압박은 있는대로 받고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빈약한데 이걸 내가 혼자 해내야하니 전공일이 매일 같이 부담으로 느껴졌고 결국 방구석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가 되었습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잠깐씩 일하고 회사 지원도 넣어보았지만 에너지가 없는지 이것도 더는 못하고 있습니다. 여름부터 전문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았고 현재는 우울증 약물치료도 벌써 3달째입니다. 졸업 직후 심각하던 시기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만, 아직도 너무 힘이 듭니다.

여기서부터 제목의 고민입니다... 예술 전공 특성상 전문적인 일이라 늘 남들과 비교되거나 경쟁해야하고 눈에 보여야하는 일인데 부족한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하고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전부 헛수고였는지 사실 남들도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몇 주 전부터 작업물을 꾸준히 업로드하며 팔로워도 생기고 항상 반응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생겨서 힘이 됩니다. 그러나 저보다 훨씬 뛰어난 작업물을 발견하면 그 순간 너무 창피해집니다... 다 지워버리고 싶고 대체 언제쯤 나도 저런 걸 만들 수 있는지 막막하고 답답해서 눈물이 납니다. 나를 창피해하는 스스로가 너무 창피합니다. 죽고 싶은 건 아닌데 살아갈 용기가 없습니다... 눈 뜨면 다른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지금 버티기 너무 힘듭니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할까 생각하지만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와 나름 그려본 행복한 미래 계획이 있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가진 게 이것 밖에 없으니 내가 하나라도 할 줄 아는 일로 인정 받고 싶어서 계속 하고 싶습니다. 나의 행복을 창피함이 막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혹시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푸른나무102

    푸른나무102

    24.09.20

    안녕하세요 아는그대로입니다.

    일단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마음 고생이 심하셨다는 부분에 대해..

    감히 제가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요,

    질문자님을 100프로 이해하고 공감할 순없지만,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과거 완벽을 바라는 부모님으로부터 트라우마가 생긴것에 대한건 지난일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일에 스스로를 극복하셔야하는데,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계단을 한칸씩오르는데 남들이 끝에까지 올랏다고 해서 잘못된게 아닙니다 그들또한 지금 질문자님자리를 거쳐갔을 것이고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결과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과정에대해 얘기하면 얼마나 힘들고 고됬는지 아무도 공감못합니다.

    그 과정을 지금 겪고 계신것이고, 완벽하지 못해도 남들이 비웃어도 괜찮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잘랐나요

    좀 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죽을 만큼 힘들었던 과정에대해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합니다.

    그저 결과만보고 대단하고 쉬워보이기 마련이죠,

    성공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완벽해지기 위한 것은 성공하는것과 같은 것

    다시말씀드리지만 질문자님께서는 그과정에 대한부분을 겪고있는것이니 마음을 좀 편히가져보세요

    힘내세요 위로가 됬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