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상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성종 17년 11월, 임금은 신하들에게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영의정 정창손의 집에 나타난 귀신은 대낮에도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며, 또한 집안의 물건을 옮기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청파극담이라는 문헌에는 귀신이 벼슬아치가 정창손의 집에 머물면 그의 갓을 벗기거나 그 물건을 부수고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집에 나타난 귀신으로 인해 신하들은 화포를 쏘아 귀신을 쫓아달라고 청하였지만 좌의정이었던 홍응이 성종에게 고하길 "정창손의 아내가 기이하게 여겨 집을 옮길 것을 청했으나 그는 이미 늙어 죽을지언정 요귀 때문에 피하지는 않겠다" 하였다고 했다고 하자 성종은 맞장구를 치며 신하들의 청을 무시했는데, 이후 정창손의 집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밖의 이야기
정창손은 세종 때 관직을 하사받고 수양대군의 편에 서 단종을 폐위시키는 데에 일조한 인물이었는데, 그는 단종을 다시 복위시키려 했던 사육신의 계획을 무산시킨 인물로도 유명했습니다. 실록에는 그의 집에 나타난 귀신이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청파극담에는 살귀환이라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알려진 환단을 태움으로 귀신을 물리쳤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혹시 정창손의 집에 나타난 귀신은 자신의 삼촌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단종과 그를 복위시켜다가 죽임을 당한 사육신의 억울한 혼령이 그를 원망하며 나타난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