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와 재즈 같은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있는 듯이 보이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라면 젬병이었다. 거의 음치에 가까워 지금도 가끔씩 노래방을 간다고 하면 아주 고역이다. 멜로디와 박자가 서로 따로 놀며 어울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학교 다닐 때, 멜로디와 박자, 리듬의 차이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렸다. 당연하다싶게 듣는 것도 별로 즐기지 않아서, 부러 찾아서 음악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대학 때는 한 시간 넘게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서, 기사 아저씨가 크게 틀어 놓은 라디오를 들으며 그 때 그 때 나온 노래들을 쫓아갔는데,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그나마 고역스러운 노래방에서 다른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가 내가 신곡을 접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