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관심법은 궁예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초능력으로, 볼 관(觀), 마음 심(心), 즉 남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정확히는 고려사에서는 '미륵관심법'이라 기록되어 있고 삼국사기에서는 '신통력'이라 불렀다.
궁예는 스스로 이것이 있어서 역심을 품은 사람의 마음을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정적 제거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한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왕건도 이 관심법에 휘말린 적이 있었으나, 최응이 반역을 계획했다고 거짓 자수하라고 넌지시 알려준 덕분에 자신이 역심을 품었음을 순순히 인정하였고, 이에 흡족한 궁예가 오히려 정직하다고 하면서 용서했다고 전한다. 만약 여기서 인정하지 않았다면 고려라는 나라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궁예에겐 그가 총애하던 신하인 왕건의 목숨을 거둘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궁예는 그 이후 아무렇지 않게 해군 증강 계획을 왕건과 논의하는데, 당시 태봉의 해군은 사실상 송악의 호족이었던 왕건의 사병이었다. 즉, 궁예는 2인자 왕건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 주는 동시에, 보여주기 식으로나마 적당히 겁을 줘서 대외적으로 왕권을 강화하려 했던 것이다. 그 방식이 너무 조악해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부작용만 낳았을 뿐이다.
정리하자면 궁예의 관심법 운운은 아마도 왕권 강화책의 일환이었던 듯하며, 자신의 왕권에 도전하는 자들에게 한 암묵적 경고의 뜻이라고 추측된다. 다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냥 '아 왕이 미쳐가는구나.' 정도로 해석될 수준이었던 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