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3개월 시점에 변기가 붉게 물들 정도의 출혈이 처음 생겼다면, 당연히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우선 흑변이 없다는 점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흑변(타르 모양의 검고 끈적한 변)은 위나 소장 등 상부 소화관 출혈을 시사하는데, 그것이 아닌 선홍색 출혈이라면 항문 혹은 직장 하부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수술 부위 반흔 조직은 완전히 성숙하는 데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리며, 그 사이 음주, 카페인 과다 섭취, 수분 부족, 과도한 복압(배변 시 힘주기)이 겹치면 수술 부위 점막이나 주변 치핵 잔존 조직에서 예상보다 많은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하신 상황이 딱 그 조건들이 겹친 경우로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명확히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출혈이 일회성으로 멈추고 현재 지혈된 상태라면 일주일 뒤 진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래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응급실 또는 당일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출혈이 현재도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경우, 어지럼증·식은땀·심박수 증가 등 혈압 저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또는 복통이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일주일 사이에 하실 수 있는 것들로는, 수분을 충분히 드시고 음주와 카페인을 줄이며,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변을 무르게 해주는 부피형성 완하제(차전자피 성분 등)를 약국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진료 시에는 수술 집도의에게 오늘 출혈량을 정확히 설명하시고, 대장내시경 시기와 필요성을 함께 판단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30대 여성에서 수술 후 반복 출혈이 있다면, 수술 부위 확인과 함께 대장내시경을 통해 다른 원인을 한 번은 배제해두는 것이 이후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