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세종이라도 그가 시도한 모든 개혁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본궤도에 오른 사업도 있었다. 왕이 애써 도입한 동전이 바로 그러했다. 즉위 초부터 왕은 종이 화폐 저화(楮貨)가 널리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 2년(1420), 왕은 모든 물건을 저화로 거래하라는 지시도 내렸다(실록, 세종 2년 윤 1월 9일). 6년이 지나 왕은 동전을 중심으로 화폐 제도를 개혁했다(세종 8년 2월 28일). “이것은 옛날부터 백성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였다”라고 하며 세종은 동전의 효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다음의 기록을 통해 동전사업이 곤경에 처한 사실을 왕이 솔직하게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동전을 수납한 것은 국가가 이익을 보려고 벌인 일이 아니다. 동전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관리들이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거둬들일 동전의 수량을 정해 놓고 백성에게서 거둬들이기만 하고 쌀의 지급은 미뤘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동전을 싫어한다.”(세종 13년 3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