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금속은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핵융합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핵융합 실험은 엄청난 고온에도 이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때 쓰이는 금속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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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텅스텐, 인공태양을 위한 소재로 선택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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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2022년 KSTAR 캠페인이 종료된 뒤 약 1년간은 KSTAR가 더 오래, 더 뜨거워지기 위하여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KSTAR에서 플라즈마를 직접 마주하는 진공용기 내부의 성능 향상을 위하여 ‘디버터’ 장치를 교체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세상에서 단 한 대밖에 없는 KSTAR의 디버터를 교체한다는 것은 KSTAR를 위한 맞춤 텅스텐 디버터를 설계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기에 2018년 개념 설계부터 제작 설치까지 수많은 연구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는데요.
핵융합로 내부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를 견디게 될 디버터 성능의 핵심인 특별한 재료!
텅스텐의 특징과 텅스텐이 선택된 이유 등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원자번호 74. 무거운 돌 ‘텅스텐’
텅스텐은 원소기호 W, 원자번호 74번의 금속 원소입니다. 텅스텐이라는 이름은 무거운 돌이라는 뜻의 스웨덴어 ‘tung sten’에서 유래하였는데요. 이름처럼 매우 단단한 성질을 지닌 금속입니다. 특히 텅스텐은 녹는점이 3422도로 모든 원소 중에 가장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텅스텐을 원소기호 W로 표현하게 된 데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W는 독일어 볼프람(Wolfram)에서 따온 것으로 볼프람은 늑대 크림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텅스텐은 자연에서 순수한 형태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광물들이 섞여 있는 형태로 발견되는데요. 과거에 텅스텐을 불리할 때 많은 주석이 소비되는 모습을 보고 마치 늑대가 집어 삼키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순수 텅스텐을 분리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1783년 스페인의 엘야르 형제인데요. 처음에는 텅스텐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텅스텐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텅스텐은 매우 중요한 광물 자원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4차 산업 핵심 광물로 주목
텅스텐의 수많은 강점 중 대표적으로 고온 저항성, 경도, 높은 밀도, 화학적 안정성 등을 뽑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고온에서 작동하는 기계와 장치, 강하고 단단한 부품이 요구되는 절삭 도구, 항공, 광산 장비 분야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방탄복이나 탱크의 방어판 등 방산 용품, 전구의 필라멘트로서 전자 발광 소재로 쓰이기도 하며 의료 분야에서 X-선과 방사선 치료 장비를 보호하는 소재로도 사용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활용도로 인해 텅스텐은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4차 산업 핵심 광물로 최근 매우 중요한 광물 자원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텅스텐이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광물이라고 하니, 인공태양을 위한 재료로 선택된 이유도 짐작이 가는데요. 디버터 제작을 위한 재료로 텅스텐이 선택된 이유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KSTAR 진공용기 내벽에 탄소 타일이 부착되어 있는 모습
1억도 인공태양을 위한 비밀 병기로
기존에 KSTAR에 설치된 디버터의 소재는 탄소였습니다. 단순히 내열 성능으로만 따진다면 탄소를 따라올 재료가 없는데요. 탄소의 승화점은 3642도로 텅스텐의 녹는점 3422도 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그러나 탄소의 경우 플라즈마 실험이 누적될수록 고온의 플라즈마에 의한 침식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탄소 타일에서 떨어져 나온 입자가 핵융합의 연료인 중수소와 합쳐지면 메탄, 즉 불순물이 되어 결과적으로 플라즈마의 성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됩니다. 핵융합 반응에 쓰여야 하는 중수소 연료가 불순물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또한 더욱 중요한 문제는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KSTAR의 가열장치 성능을 단계적으로 향상 시키는 과정에서, 기존의 탄소 재질의 대향 부품들의 설계 여건상 견딜 수 있는 열속(Heat Flux, 단위시간당 단위 면적을 통과하는 열량)의 한계치를 넘어서게 되었다는 점인데요. 이로 인해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 연장을 위하여 새로운 소재의 내벽 부품을 확보하는 일은 KSTAR 운전 기록 향상을 위한 필수 과제였습니다.
반면 텅스텐은 높은 녹는 점, 단단한 저항성, 낮은 방사화 등의 특성을 지닌 소재로 탄소의 단점을 보안할 수 있습니다. 또한 KSTAR 이전에 영국의 JET 장치, 독일의 ASDEX-U 등 타 장치에서 텅스텐 소재로 교체한 사례가 있으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도 텅스텐을 선택했다는 것 역시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총 64개의 디버터 카세트가 결합되어 KSTAR 디버터가 완성된다.
텅스텐 디버터, KSTAR 성능 향상의 청사진 그리다
KSTAR에 설치된 새로운 텅스텐 디버터는 64개의 조각(카세트)이 합쳐져 완성됩니다. 단 하나의 카세트 무게만도 무려 150kg. 64개의 조각이 정확하게 합을 이뤄야지만 어느 특정 부분에 열속이 집중되지 않아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한 만큼 제작부터 조립 설치까지 고난도의 기술 및 작업이 요구되는데요. 핵융합(연)과 산업체 등 많은 사람의 땀으로 완성된 디버터는 앞으로 KSTAR의 운전 성능을 보다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