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충분한 서식지와 먹이가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붉은여우와 담비는 공존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두 종은 생태적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붉은여우는 주로 설치류, 소형 조류, 곤충, 과일 등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기회주의적 포식자입니다. 반면 담비는 주로 설치류, 조류, 작은 포유류 등을 사냥하지만, 붉은여우보다 나무 위에서의 활동에 능하며, 붉은여우가 잡기 어려운 나무 위 먹이를 사냥하기도 합니다. 즉, 완전히 동일한 먹이원을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먹이원을 활용하여 먹이 경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붉은여우는 주로 개활지나 숲 가장자리, 농경지 주변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굴을 파서 생활합니다. 담비는 숲 속, 특히 교목림이나 활엽수림에서 서식하며 나무 위를 활발하게 오르내립니다. 이처럼 서식지 이용 방식에 차이가 있어 공간적인 경쟁 역시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붉은여우는 일반적으로 야행성 경향이 강하며, 담비 역시 야행성 또는 박명박모성을 띠지만, 활동 시간대가 완전히 겹치지는 않습니다. 또한 붉은여우는 담비보다 체구가 크지만, 담비는 민첩하고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라기보다는 중간 포식자로서, 서로를 회피하거나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서식지 파편화나 먹이원 부족 등의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한다면 두 종 간의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와 생태적 특성을 고려할 때, 앞서 말씀드린대로 먹이와 서식지에 대한 전제가 있다면 붉은여우와 담비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