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실제 로봇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로봇이라고 믿고 연기함으로써 상처받지 않으려는 남자로 보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마지막에 수경이 그 3원칙을 수첩에 옮겨 적고 찬찬히 생각해 볼 것! 이라고 쓰는 것은 남자가 가져온 ‘로봇 3원칙’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삶과 관계, 특히 사랑과 윤리의 기준으로 다시 재검토해 보려는 시작의 제스처입니다.
즉 이문상은 로봇을 자처하며 상처와 책임을 피하는 인물이고 수경의 마지막 메모는 그가 남긴 논리를 빌려 “이제는 나의 원칙을 새로 세워 보겠다”는 자각의 순간으로 보는 해석이 자연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