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내밀다' 의 어원이 뭔가요?
사람들이 대부분 시치미를 떼거나, 거짓말을 서슴없이 할떄에 '오리발 내밀다'라고 표현하던데.
이 표현의 어원이 어떻게 되나요?
안녕하세요. 박남근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보통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고 합니다.
누가보아도 닭을 잡아먹었는데 오리를 잡아먹었다고 하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구설로 내려오는 이야기 입니다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나요?간단한 별점을 통해 의견을 알려주세요.안녕하세요. 김종호 인문·예술 전문가입니다.
예전에 닭을 키우던 집이
있었는데 이웃집에서 호시탐탐
닭을 잡아먹을 기회를 노리다
주인이 집을 비운사이에
잡아먹고는 주인이 짐작하고
추긍을 하자 오리발을 내밀며
발뼘을 하였다는데서
유래합니다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나요?간단한 별점을 통해 의견을 알려주세요.안녕하세요. 김동연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오리라는 날짐승의 발이 '오리발'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닭발이 닭의 발이고 돼지발이 돼지의 발이듯이, 오리발은 오리의 발이다. 이 말이 어의확대나 어의전성을 일으켜 다른 뜻이 보태지거나 다른 뜻으로 바뀌어 쓰인다 하더라도, 원래의 뜻은 오리의 발이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원래의 뜻은 없고 보태진 뜻만 실려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원래의 뜻으로 실으려면 모든 동물의 발을 다 사전에 실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염소발·낙타발·코끼리발·꿩발·비둘기발’따위를 사전에 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말에 원래의 뜻 외에 덧씌워진 뜻이 있고, 그 덧씌워진 뜻으로 널리 통용될 때에는 사전에 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닭살'은 사전에 있지만, 다른 동물의 살은 없다. 다른 동물의 살은 원래의 뜻 외에 다른 뜻으로 확대되지 못했지만 '닭살'은 '털을 뽑은 닭의 껍질처럼 오톨도톨한 살갗'이라는 뜻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그 뜻으로 사전에 실린 것이다.
사전에 올라 있는 '오리발'의 뜻은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물갈퀴와 같은 뜻으로 올라 있다. 오리, 기러기, 개구리 따위의 동물들은 발가락 사이에 막이 있어 헤엄치기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물갈퀴다. 잠수부나 특수 수영을 하는 사람이 물 속에서 속력을 내기 위해 양쪽 발에다 착용하는 기구도 물갈퀴라고 하고 오리발이라고도 한다.
둘째, 신체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가 붙어버린 기형의 손발을 이르는 말로 오리발을 풀이하고 있다. 이 경우는 그런 기형의 손발뿐만 아니라 그런 기형의 손발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셋째, 엉뚱하게 부리는 딴전을 비유하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는 오리발의 모양 때문에 의미가 확대되었다. 오리발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것에다 오리발이라는 말을 갖다 붙인 것이다.
그러나 셋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이것은 우리의 속담에서 유래되었다. 문장으로 된 속담이 줄어서 단구(短句)로 표현되다가 다시 하나의 단어로까지 줄어버린 것이다.
원래의 말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어놓는다'이다. 분명히 닭을 잡아먹은 것을 알고 있는데, 자기는 닭은 잡아먹은 것이 아니라 오리를 잡아먹었다고 잡아떼거나 딴전을 부리는 것을 빗대는 속담이다. 이 속담에서 앞의 말은 줄여 버리고 '오리발 내밀다'만 가지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다른 소리를 한다는 뜻으로 쓴다. 여기서 더욱 줄여서 '오리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이제는 '딴전 부림'이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문장 속의 키워드만으로 문장 전체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 오리발이 정치권의 용어로 등장했다. '2억 오리발 안 풀린 의혹' 1999년 8월 19일치, 중앙일보 3면 기사 제목이다. 다른 신문에서도 모두 '오리발'이라는 용어를 썼다. 중앙일보는 기사 속에 '속칭'이라는 말을 써서 정치권의 은어 또는 속어임을 알려주고 있고, 괄호 안에 '특별 격려금'이라는 설명까지 달아 놓았다.
어떻게 해서 '오리발'이 '특별 격려금'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정치부 기자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추측컨대 위에서 살펴본 오리발의 뜻 중 셋째의 뜻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의 돈 거래는 워낙 은밀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고, 주고도 안 주었다고 하는 풍토를 반영한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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