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을 정리해보면, 만져보면 실제로 차갑지는 않은데 주관적으로 발이 시리고 저린 느낌이 이불 속에서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은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보다는 신경 감각 이상 쪽으로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신경검사와 근육검사가 정상이셨다고 하셨는데, 일반적인 신경전도검사(nerve conduction study)는 굵은 유수신경섬유(myelinated fiber)를 주로 평가합니다. 반면 온도감각이나 작열감, 시림 등의 증상은 가는 무수신경섬유(small fiber neuropathy)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며, 이 경우 일반 신경전도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신경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50대 남성, 불면 기저질환, 데파스(에티졸람, etizolam) 복용 중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파스 계열 약물은 장기 복용 시 말초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자율신경계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발의 혈관 운동 반응이나 온도 감각에 변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면 자체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유지시켜 말초 혈관 수축을 촉진하고, 이것이 시림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감별해볼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hypothyroidism)이 있습니다. 손발 시림, 불면, 피로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혈액검사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 가능합니다. 또한 당뇨 전단계나 초기 당뇨에서도 소섬유신경병증이 먼저 나타날 수 있어, 공복혈당 및 당화혈색소(HbA1c) 확인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내과 또는 신경과에서 갑상선 기능 검사, 혈당 검사, 비타민 B12 수치를 확인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상이 없다면 소섬유신경병증에 대한 추가 평가(피부 생검을 통한 표피내 신경섬유 밀도 측정)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복용 중이신 데파스에 대해서도 처방 의사 선생님과 한 번 상의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