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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 사용자
탈퇴한 사용자23.01.06

골프에는 심판이 없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축구 야구 농구 등등 모든 스포츠에는 전부다 심판이 있는데 골프에는 심판이 있는걸 본적이 없는데 정말없는건지 아니면 안보이는 건지 없다면 이유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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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오르기78
    기오르기7823.01.06

    안녕하세요. 러시아무역전문입니다.

    히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 매너 스포츠라고 부른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이런 수식어가 붙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경기 중 심판이 없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골프는 자신의 양심이 곧 심판이 되는 유일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골퍼는 동반자나 캐디와 점수를 상의하고 기록하며 경기를 진행한다. 프로 골퍼의 경우에는 스코어 카드를 제출할 때 반드시 선수와 마커의 최종 서명(어테스트 : 경기 후 상대방의 스코어 카드가 틀린 점이 없는지 확인한 후 사인하는 것)을 받는다.

    주최 측은 이 모든 것을 전적으로 선수에게 맡기고 책임까지 부여한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사인을 안 했거나, 잘 못 적용한 것이 적발될 경우 경고가 아닌 경기 자체를 실격 처리한다. 이러한 이유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서로 간의 신뢰와 약속 이행이 무엇보다 크게 요구되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이는 골프룰 북(규정집) 제1장에도 명시돼 있다.

    규칙- 에티켓 (게임의 기본정신)
    골프는 대부분 심판원의 감독 없이 플레이된다. 골프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의 성실성 여하에 달려있다. 예의를 지키며 스포츠맨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이것이 골프 게임의 기본정신이다.

    이러한 골프의 기본 정신을 모르면 그저 과시하기 좋은 스코어를 기록해야 하는 게임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골프는 그런 운동이 아니다. 이는 마치 인생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의 철학적 화두와도 닮았다.

    가장 위대한 아마추어 골퍼, 골프의 성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바비 존스의 일화는 골프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1925년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존스는 1타 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승을 코앞에 두고 어드레스(스윙하기 전 두 발 사이의 폭을 정하고 클럽을 필드에 대어 공을 겨누는 자세)를 하는 사이 공이 움직였다. 자신 외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하며 벌타 1점을 추가한 스코어카드를 제출한다(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12년부터 어드레스 뒤 바람에 공이 움직이면 1벌타를 부과하는 조항을 수정하여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

    결국 우승컵을 상대방에게 넘겨주었다. 바비 존스의 친구이자 기자인 O.B 킬러는 그날의 경기를 지켜보며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그가 우승하는 것보다 벌타를 스스로 부가한 것을 더욱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 한 타가 없었더라면 플레이오프(연장전) 없이 그의 우승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멋있는 것이 바로 존스의 자진 신고였다."

    기사가 나간 후 매스컴은 물론 이를 접한 모두가 바비 존스를 칭송했다. 그러자 바비 존스는 골프 정신과 자신의 신념을 담아 이렇게 답한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규칙대로 경기한 사람을 칭찬하는 것은 은행에서 강도짓을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955년부터 매년 '골프 정신과 골프에 대한 존중 구현'의 의미를 담고 있는 바비 존스(Bobby Jones) 상을 시상한다. 2020년에는 박세리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어디에도 심판이 없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모든 곳에 심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양심이 죽지 않는 한 심판은 언제나 우리와 동행한다. 이러한 삶의 통찰을 깨닫고 피, 땀, 눈물을 흘리며 꾸준히 성장하는 골퍼만이, 골프가 주는 참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