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좋은 수필이란 무엇일까요?
수필은 시나 소설과는 달리
개인의 경험과 정서를 담담히 적어낸 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소설은 구성의 독창성과 문장의 몰입도, 시나리오의 반전과 등장인물의 매력과 그들간의 갈등 등이 좋은 소설의 요소일 것 같고
시는 얼마나 압축적으로, 생각지 못한 표현으로 읽는이를 찌르는지와 주제의식을 고민하는지가 좋은 시의 요소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좋은 수필이란 무엇일까요?
그저 문장력이 화려하고 기교가 있으면 될까요?
아니면 글에서 삶의 연륜과 경험이 느껴지면 될까요? (그러면 젊은이들은 수필로 인정받지 못할것도 같고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해듣고 싶어 질문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장상돈 경제·금융/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질문자님의 말과 같이 소설과 시에는 문학적 형식이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굳이 수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바로 그 문학적 형식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요.
수필과 대비되는 시와 산문을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까요?
운율이나 수사학적인 비유와 압축적 용어를 사용하는 시와는 달리 수필과 소설은 산문체이죠.
그러니 소설과만 비교해 보죠.
소설이 픽션인 이유는 문학적 형식 안에 표현되기 때문인데요.
소설의 3요소는 주제, 구성, 문체라고 합니다.
소설은 주제가 있고, 이 주제를 잘 드러내기위해 설정이 되어야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설정은 구성이고, 주제를 표현하기위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간단히 도입 전개 결말)을 짜임새있게 표현하여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의도한 글이 소설이라고 해야겠죠.
당연히 문체 역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감정이입은 물론이고 주제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필에는 어떤 문학적 형식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수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개성적인 글쓰기"라고 할 수 있죠.
일기형식, 편지형식, 기행문, 정보제공 등의 다양한 형식이 있겠지만, 이 형식을 문학적 형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리고 수필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실적인 현상을 그대로 나열할 수도 있고, 거기에는 다양한 문체가 복합적으로 쓰여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실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전달하려는 주제도 수필의 서두나 말미 또는 중간 어디에나 배치할 수 있죠.
게다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고, 의도된 문학적 형식이 없이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기때문에, 글쓴이의 일상사에서 그대로 옮겨온 말투와 생각들이 읽혀질 것입니다.
좋은 수필이라고 한다면, 개성이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재미있게 읽혀질 수 있다면 좋겠죠.
거기다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들어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당연히 기발하고 재치있고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난 순간을 기록해 놓은 사실적 내용이 포함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전기로 기록한다면, 그것을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전기는 수필인 것이죠.
여행담을 소설이라 할 수는 없겠죠. 수필인 셈이죠.
편지를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수필이죠.
일기를 써 놓았다면, 그건 수필이라고 분류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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