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옥은 자연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가 되었나요?
안녕하세요. 염정흠 전문가입니다.한옥이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것 중에는 사용하는 재료와 자연을 이용하는 몇 가지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우선 주요 구조체는 나무와 돌, 흙 등을 사용합니다. 기둥과 보는 나무를 사용하여 겉으로 드러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 목재를 사용하고 가리지 않고 드러냅니다. 기초가 되는 주춧돌 등도 돌을 사용하는데 그 또한 외부로 드러나 있습니다. 건축을 위해서 재료를 손질하지만 자연재료이기 때문에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벽체이나 문 또한 나무와 흙 등을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문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서 창호지를 덧붙였지만 이 또한 나무껍질에서 얻어낸 섬유질로 만드는 한지(닥종이)입니다. 인위적인 재료로 보일 수 있는 기와는 흙을 구워서 만들어낸 것으로 모든 건축자재가 자연에서 얻어진 것들입니다. 기와는 색이 검기 때문에 부조화가 생길 수 있지만 지붕의 형태와 건물의 배치를 통해서 주변 산자락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이 되도록 해줍니다. 한옥의 정원은 주로 소나무, 국화, 대나무 같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 위주로 구성하여 주변 환경과 더욱 어울리도록 만들면서도 각 방이나 건물 간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해주었습니다.다음으로 한옥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부지역 같이 여름이 더운 곳에서 많이 보이는 모습으로 대청마루가 있습니다. 대청마루를 보면 앞뒤가 막혀 있거나 한 쪽 또는 양 쪽에 문을 달아서 막힌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문이 있더라도 여름철에는 모두 개방할 수 있게 만듭니다. 여기에 추가로 옛 선조들이 집을 지을 곳을 찾을 때 주로 북쪽에 산을 두고 남쪽에 강과 같이 물이 있는 곳을 선택했는데 이것이 대청마루의 기능과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름철 북쪽에 산을 두면 대청마루 뒤쪽에서 시원하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오고, 남쪽에 있는 마당의 열로 인해 뜨겁고 가벼워진 공기가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대청마루에 시원한 바람이 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겨울철에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을 북쪽에 등지고 있는 산이 막아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공기가 좀더 가벼워지면서 산을 넘어올 수 있습니다.) 한옥의 주재료가 나무, 흙, 돌인데 이 중에 나무놔 흙으로 만든 벽은 습도조절을 해주는 재료였습니다. 여름철 다습한 시기에는 습기를 머금으면서 습도를 낮춰주며, 겨울철 건조한 시기에는 그 동안 머금고 있던 습기를 내 뱉으면서 습도를 높여줍니다.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였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기도 했지만 재료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쾌적한 생활 환경을 만들어주는 재료를 사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바닥에 사용하는 온돌은 열을 오래 머금고 있는 특성을 활용한 재료입니다. 나무를 깔고, 흙을 덮어서 바닥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돌을 사용함으로써 난방효과를 더 높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유리가 없던 때에 창호지는 얇고 빛을 투과시킬 수 있는 재료였기에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이면서 어느 정도 공기가 통과되며 환기가 되도록 해줬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들의 특성 잘 이용하여 인간의 생활환경을 구축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