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 움직이는 표적과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미사일이 움직이는 표적과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맞출때 분명 차이가 있을건데.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기 위해 어떤 부분을 더 추가 되었을까요?
안녕하세요. 김계민 과학전문가입니다.
[출처]이승진의 미사일 이야기 : 미사일의 유도방식1
미사일의 유도방식
지난해 첫 시간에 살펴본 것처럼 미사일의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체 추진력을 갖고 있으며 둘째, 유도기능이 있다.’ 전 회를 통해 미사일이 어떻게 로켓을 이용하여 자체 추진력을 갖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표적을 쫓아가는 유도기능을 갖는지를 알아보고, 그중 항법유도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글. 기계연구센터. Project 2팀 이승진 선임연구원
유도(Guidance)란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는 방법입니다. 흔히 유도기능이 있는 미사일이라고 하면 왠지 움직이는 표적을 쫓아가는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미사일의 목표물은 적 전투기나 차량, 선박일 수 있고 고정되어 있는 건물이나 기타 시설물일 수도 있습니다. 미사일이 택하는 유도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는 표적의 종류나 미사일에 달린 센서의 종류, 혹은 미사일의 사거리나 심지어 기술 수준이나 비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또한 한 가지 미사일이 두세 가지 유도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유도방식으로는 항법유도, 지령유도, 그리고 호밍유도가 있습니다.
1 항법유도의 특징과 방식항법이란 배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 자신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배나 비행기 관련 종사자에게나 항법이란 단어가 익숙했지만 요즈음은 우리 주변에서도 이 말을 흔하게 쓰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많이 달고 다니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은 항법이란 뜻으로, 원래는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자동차 항법장치)이라는 말을 줄여 내비게이션, 혹은 내비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항법유도는 배나 비행기가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항법을 이용하여 정확히 찾아가듯, 미사일이 항법장치를 이용해 정확히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유도방식을 말합니다. 항법유도를 사용하는 미사일에는 일반적으로 표적의 좌표 정보가 입력됩니다. 그러면 미사일은 항법장치를 통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도장치는 자신의 위치 및 표적의 위치를 참고하여 일정한 비행경로에 따라 표적에 도달하도록 미사일을 조종합니다. 미사일 종류에 따라 이러한 비행 경로는 스스로 정하기도 하며, 사람이 직접 특정한 패턴으로 날아가라고 경로점을 지정해주기도 합니다.
항법을 위해서는 도착지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도 중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의 핵심은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확한 지도가 들어있고, 목적지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도 정작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어느 방향,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항법유도를 사용하는 미사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항법유도 방식은 정해진 표적을 쫓아간다기보다는, 정해진 좌표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지상표적을 공격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간에 설명드릴 지령유도와 조합하여 이동하는 표적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 관성항법유도
관성항법유도는 항법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미사일들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관성항법유도란 관성력을 이용하여 미사일의 가속도 등의 측정을 통해 현재 미사일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관성항법유도 방식의 미사일 안에는 관성력 측정장치(IMU, Inertial Measurement Unit)란 것이 들어있는데, 이 안에는 다시 가속도 측정센서와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들어있습니다.
가속도 측정센서의 기본 개념가속도 측정센서란 관성력을 이용해 미사일이 얼마나 속도가 빨라졌는가, 혹은 느려졌는가를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뉴턴의 제2법칙에 따라 ‘힘=가속도×질량’이므로 반대로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에 일정 질량을 연결하면 미사일이 빨라지거나 느려짐에 따라 생기는 관성력(힘)을 측정하여 가속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보통 관성력 측정장치는 X, Y, Z축 방향으로 각각 하나 이상의 가속도 센서가 들어있으며, 이 센서들의 측정값을 통하여 미사일의 모든 축 방향에 대한 위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즉, 지도상에서의 좌표는 물론 고도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가속도계는 가속도 측정을 위하여 과거에는 진짜 스프링과 무게추 등을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전자적인 힘을 이용한 가상의 스프링과 초소형 실리콘 무게추 등을 이용하여 반도체만한 크기의 가속도계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자이로스코프는 각속도, 혹은 각가속도를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각속도란 일종의 회전속도를 의미하며, 각가속도란 이 회전속도가 일정시간 동안 얼마나 빨라졌는가, 혹은 느려졌는가를 말합니다. 자이로란 고속으로 회전하는 팽이를 일컫는 말인데 팽이는 한 번 고속으로 회전하면 주변에서 힘이 가해져도 잘 쓰러지지 않고 원래의 자세를 유지합니다. 자이로스코프는 이러한 자이로의 원리를 이용, 고속으로 회전하는 팽이의 축을 기준으로 삼아 미사일의 각 방향에 대한 각가속도를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링 레이저 자이로의 기본 개념
다만 현재는 훨씬 크기가 작은 링 레이저(Ring Laser)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것은 링, 즉 고리 모양으로 레이저 빛이 지나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든 양쪽으로 빛을 쏘아 보내는 것입니다. 만약 회전속도가 생기면 빛이 동시에 도착하지 않으므로 센서의 회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단순히 빛이 도착한 시간 자체를 측정하기보다는 빛에 일정 패턴을 주어 빛이 만나면서 생기는 간섭무늬 등을 측정, 센서의 회전속도(각속도)를 측정합니다. 이 링 레이저 자이로에는 정작 자이로가 없지만, 역할은 과거의 자이로스코프와 같기 때문에 그냥 자이로스코프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더 크기를 줄인 광섬유를 이용한 자이로스코프나, 엄청 작은 전자소자와 전자의 운동을 이용하여 각도 변화를 측정하는 초소형 자이로스코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사이즈의 자이로스코프는 반도체 크기 가속도계와 함께 미사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모션 센서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속도나 가속도, 각속도와 각가속도 값은 지금까지 경과한 시간을 알면 처음 출발지점부터 현재까지 이동한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수학적인 표현을 하자면 시간에 대한 적분으로 가속도에서 속도를, 속도에서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즉 관성항법장치는 X, Y, Z축에 대한 각도 변화나 속도 변화 등을 측정하여 미사일이 처음 떠난 위치부터 현재 위치까지 이동한 경로를 계산, 결과적으로 미사일이 현재 있는 위치와 자세를 알 수 있습니다.
AGM-84 하푼 미사일에 쓰이는 HG1700 관성 측정장치. 직경 13cm 정도의 이 장치로 미사일의 가속도와 각속도 모두 측정
관성항법 유도방식은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측정하는데 있어 처음 발사 직전에 입력 받는 표적에 대한 좌표, 그리고 자신이 처음 출발한 좌표값만 알고 나면 그 이후로는 외부로부터 다른 정보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외부로부터 들어온 방해 전파로 미사일이 혼란을 겪거나 할 일이 없습니다. 또한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하면 미사일이 알아서 날아가므로 발사자가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위해 추가로 다른 조치를 취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관성항법유도 방식은 미사일이 정해진 좌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므로 이동하는 표적을 맞출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정밀한 센서도 아주 약간씩의 측정 오차는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관성항법유도가 경과한 시간에 맞춰서 계속 이동한 거리와 움직인 자세를 더해서 현재의 위치와 자세를 찾는 방식이다 보니 아주 약간의 오차도 누적되어 큰 오차가 되어버립니다. 아주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관성항법장치를 쓰는 미사일은 눈을 감고 걸음 수만큼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처음에 ‘이쪽으로 똑바로 1,000m 걸어가라’ 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 사람은 놀라운 실력으로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자신의 보폭을 1mm 오차로 1m에 맞출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겨우 1mm 오차지만 1,000m를 걸어가면 그 오차는 쌓이고 쌓여서 1,000mm, 즉 1m의 오차가 됩니다. 미사일은 보통 1,000m의 수백, 수천 배를 날아가야 하니 이러한 오차가 계속 쌓이면 당연히 처음의 작은 오차도 나중에는 큰 오차를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이 오차를 최대한 줄이려면 그만큼 매우 정밀한 센서를 써야 하는데, 당연히 정밀할수록 그 가격은 크게 비싸집니다. 일부 장거리 미사일에 들어가는 관성항법 장치는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 만큼 작은 센서임에도 그 가격이 수억 원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밀한 관성항법 장치로도 점점 오차가 쌓이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수천 km를 날아가고 나면 표적에서 100m 이상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장시간 비행해야 하는 장거리 미사일은 관성항법장치 이외에도 중간중간 다른 항법유도 방식을 사용하여 관성항법장치의 오차값을 측정하고, 그 오차값을 감안하여 다시 정밀한 현재 위치값을 계산합니다. 아래에 설명할 천문, 위성, 지형대초 항법유도도 실은 관성항법유도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천문항법유도-
천문항법유도는 관성항법 장치의 오차를 중간중간 보정하기 위해 나온 방안 중 비교적 초창기에 등장하였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별을 이용한 항법유도입니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보이지 않는 섬을 향해 별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여 며칠을 항해하여 수백 km 밖의 다른 섬으로 이동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더 먼 바다를 길을 잃지 않고 항해하기 위해 별이나 태양의 각도를 더욱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육분의를 개발하였습니다.
미사일에도 이러한 육분의를 응용한 천체관측 방식의 항법유도 장치가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미사일에 달려 있는 센서로 별을 측정하여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방식은 비행 중간에 거의 우주라고 할 수 있는 고도까지 올라가는 대륙간탄도탄이 아니면 쓰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순항미사일들은 밤에 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방식을 사용하려 하였지만, 밤이라고 해도 구름이나 안개 등이 끼면 그마저도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위성항법유도-
천문항법은 별이 보이지 않는 낮이나 흐린 날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어디서나 관측 가능한 하늘의 무언가를 기준 삼아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는 방법 자체는 현재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가짜별, 즉 인공위성을 관측하여 자신의 위치를 찾는 방법입니다. 여기서는 단순한 빛(가시광선)이 아니라 구름이나 태양빛에도 가리지 않는 전파를 사용하므로 날씨나 밤낮 상관없이 거의 언제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방식은 미국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전 세계 위치측정 시스템) 위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본래는 1970년대에 군용으로 개발된 시스템입니다. 지구 주변에는 기본적으로 24개의 GPS 위성이 돌고 있으며(실제로는 갑자기 한두 개의 위성이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하여 백업용으로 몇 대가 더 돌고 있음), 이 위성들은 지상을 향해 전파를 쏘아 보냅니다. 그리고 이 전파에는 전파를 쏘아 보낸 정확한 시간과 그 때의 위성 위치에 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지구상의 GPS 신호 수신장치는 이 전파를 수신한 시간을 계산하여 실제로 이 전파가 날아온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전파는 빛의 일종으로 항상 속도가 일정하므로 날아온 시간만 알면 바로 거리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위성신호만 수신하면 단지 내가 그 위성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지만, 3개의 위성신호를 수신하면 위성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됩니다. 보통은 4개 이상의 신호를 조합하여 더 정밀한 위치를 파악합니다.
01. 1개의 위성까지의 거리만 아는 경우 위치를 알 수 없음
02. 2개의 위성까지의 거리를 알면 자신의 위치를 두 곳 중 하나로 추정할 수 있음
03. 3개의 위성까지의 거리를 알면 정확한 위치 파악 가능(실제로는 3차원상의 공간이므로 4개의 위성을 통해 정확한 고도까지 아는 것이 가능)
이 GPS는 본래 군용으로 쓰던 것이기에 암호화되어 있었으나, 1983년에 우리나라 여객기 1대가 항법실수로 소련 영공 내로 침범했다가 소련군이 이를 미국의 정찰기로 오인, 격추하여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난 뒤로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 민간용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적국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용에 한하여 일부러 수십 m 정도의 오차가 나도록 만들었으나 2000년대부터 이러한 강제적인 오차는 빼버렸고, 현재 민간용은 수 m 이내의 오차가 생깁니다. 단, 민간용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그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있어 반대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전파 방해 등으로 교란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군용 GPS 신호는 암호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파 방해에 더 강한 편이고, 정밀도도 더 높지만 미국에게 허락 받은 장비만 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미국 이외에도 유럽의 갈릴레오 시스템, 러시아는 GLONASS 같은 위성항법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GPS 장치는 매우 값이 싼 데다가 크기도 작은 편이어서 최근 개발되고 있는 많은 미사일이 GP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관성항법 장치를 보조하는 수단으로서 GPS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GPS 교란상황에도 쉽게 미사일이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GPS 신호가 끊기면 그 시점부터는 그냥 관성항법 장치만 단독으로 사용하여 날아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우 정밀한 성능이 필요한 미사일은 대체로 GPS와 관성항법 장치 이외에도 다른 추가적인 유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TERCOM과 DSMAC
-지형참조항법유도-
우리가 길을 찾아갈 때 쓰는 방법 중 하나가 주변 지형을 지도와 비교해가며 살펴보는 것입니다. 미사일도 마찬가지로 주변 지형을 관측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도 정보와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방식을 지형참조항법유도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지형참조항법유도로 지형등고대조(TERCOM, Terrain Contour Matching) 기법이 있습니다. 이것을 사용하는 미사일에는 압력고도계와 전파고도계 두 가지의 고도계가 있습니다. 압력고도계는 주변 공기 압력을 측정하여 해발 고도, 즉 바다를 기준으로 고도를 측정해줍니다. 전파고도계는 지금 미사일이 지나고 있는 땅을 기준으로 고도를 측정해줍니다. 이를테면 해발 500m의 고도를 비행하는 미사일 밑에 해발 100m인 언덕이 있다면 미사일의 압력고도계는 500m를, 레이더 고도계는 400m를 표시하게 됩니다. 이제 미사일은 비행하면서 일정 거리마다 한 번씩 아래 지형의 고도 높낮이를 측정합니다. 그리고 미사일의 메모리에 저장된 주변 지형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여 관성항법 장치가 나타내고 있는 위치와 비교한 다음, 관성항법 장치의 오차를 보정하게 됩니다. 이 방식은 GPS 방식과 달리 적에게 교란 당할 염려가 없지만, 미사일이 비행할 경로 내의 주요 지형에 대해서 정확한 등고선값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이것을 측정하는 것도 큰일이었으나 최근에는 워낙 축적된 정보들이 많다 보니 세계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 대한 수십 m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 지형정보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지형의 높낮이 차이가 거의 없는 바다나 사막지형에서는 쓰기가 까다롭습니다.
DSMAC의 예시
미사일 메모리에는 디지털화된 지도가 저장되며 현재 촬영한 영상이 저장된 지도에서 어느 위치인지 찾아서 미사일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측정
지형등고대조방식은 주로 순항미사일에 많이 사용되는데, 이 방식을 사용한 유명한 미사일로 토마호크 미사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토마호크는 엄청나게 비싸고 정밀한 관성항법 장치와 지형등고대조법을 사용하였음에도 정확도가 수십 m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초창기 토마호크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하여 이 부정확한 정확도를 만회하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핵탄두 탑재형 토마호크는 지금껏 쓰인 적이 없습니다.
걸프전 때 거의 수 m 이내의 명중률을 자랑한 토마호크는 추가로 디지털영상대조(Digital Scene Matching Area Correlation, DSMAC)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것은 미사일 아래에 달린 일종의 디지털카메라로 아래쪽 지형을 찍은 다음, 자신의 메모리에 저장된 영상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단, 이 영상이란 것은 사람이 보는 사진이 아니라 컴퓨터가 판독하기 쉽도록 되어있는 흑백 QR 코드 비슷한 영상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이것은 고도차이가 크지 않은 지형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정확도가 수 m 수준이어서 토마호크의 명중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디지털영상대조 기법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미사일에 입력할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필요한 모든 지역의 사진을 전부 미사일에 입력하기는 어려우므로 보통 미사일은 표적에 명중하기 직전에 최종적으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기 위하여 한두 번 이 방식을 사용합니다. 한편 시간이나 계절에 따라 태양 위치가 변해서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지는 등, 미리 정찰해서 찍어온 사진과 미사일이 실제로 그 위를 날아갈 때 찍은 사진이 다르게 나올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미사일에 입력할 사진을 적절히 합성하거나, 혹은 항상 최신 사진을 입수할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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