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입문은 처음부터 너무 무겁게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목이 유명한 책보다 “분량이 짧고, 이야기 힘이 있고, 지금 읽어도 감정선이 잡히는 책”부터 들어가는 편이 오래 갑니다.
가장 쉬운 단계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동백꽃’,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정도가 좋습니다. 짧고 상징이 분명해서 고전 특유의 거리감이 덜합니다.
다음 단계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카뮈의 ‘이방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나 ‘햄릿’을 추천합니다. 분량은 과하지 않지만 인간 심리, 사회 비판, 죽음, 죄책감 같은 고전의 핵심 주제를 맛보기 좋습니다.
조금 익숙해지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처럼 장편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이 단계부터는 줄거리보다 인물의 변화와 시대 분위기를 따라가는 쪽이 좋습니다.
동양 고전은 처음부터 ‘논어’나 ‘장자’를 완역으로 읽기보다 해설이 좋은 판본으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문학 쪽에서는 ‘구운몽’, ‘춘향전’, ‘홍길동전’, ‘삼국지’ 축약본, 일본 고전은 ‘겐지 이야기’보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마음’이 입문에 더 적당합니다.
개인적으로 첫 코스는 ‘동물농장’ → ‘이방인’ → ‘데미안’ → ‘오만과 편견’ → ‘죄와 벌’ 순서가 무난합니다. 고전은 숙제처럼 읽기보다, 한 권을 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왜 아직도 읽히는가”만 잡아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