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때 술이 좀 과하면 다음 날 기억이 중간 중간 끊기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성별

여성

나이대

50대

전에는 술을 취하게 마셔서 블랙아웃이 올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상태가 되기까지는 마시지는 않는데 적당히 마셔도 다음 날 기억이 중간중간 끊기고 이어지지 않게 기억이 되던데 뇌세포가 파괴된 걸까요? 맨정신에는 전 날 한 말과 행동이 또렷하게 이어지면서 다 기억이 나는데 술이 취한 상태에서는 왜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걸까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말씀하신 현상은 의학적으로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부르며, 완전히 기억이 없는 경우를 "en bloc 블랙아웃", 중간중간 기억이 끊기는 경우를 "단편적 블랙아웃(fragmentary blackout)" 또는 "그레이아웃(grayout)"이라고 구분합니다. 지금 경험하시는 것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핵심 원인은 뇌세포 파괴가 아니라, 알코올이 해마(hippocampus)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알코올은 해마의 신경세포에서 NMDA 수용체를 억제하고 GABA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이 '기억 저장' 과정 자체를 방해합니다. 즉, 그 순간 경험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떠올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50대 여성이라는 점은 중요한 맥락입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 효소(alcohol dehydrogenase)의 활성이 낮고, 체내 수분 비율도 낮아 동일한 음주량에서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형성됩니다. 또한 50대 이후에는 이러한 생리적 차이가 더 두드러지며, 뇌의 알코올 민감성 자체도 나이가 들수록 증가합니다. 예전보다 덜 마셔도 기억이 끊기는 현상이 생긴다면, 이는 뇌가 손상된 것이라기보다 이러한 변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만, 반복적인 과음이 지속되면 해마를 포함한 뇌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일시적인 기능 차단과 구조적 손상은 다른 개념이지만, 전자가 반복될수록 후자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집니다. 지금처럼 음주량을 스스로 조절하고 계신 것은 올바른 방향이며, 블랙아웃이 생기는 수준의 음주는 가급적 피하시는 것이 뇌 건강 측면에서 권고드릴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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