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한글을 낮추어 암글 또는 암클이라고 불렀는데 이 호칭은 한글은 천한 여인네들이나 쓰는 천한 글이라며 한문을 중시했던 양반들이 비하하여 부른 것으로, '언문'에 비해서 매우 천박하기 짝이 없는 호칭이지만 정작 한글이 여성들에게서만 쓰였다는 근거는 없다. 물론 처음에는 주로 사대부의 아내들과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 때 암클이라고 불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대부의 처와 일반 백성들이 주로 사용하다가 점차 사대부들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애초에 창제자인 세종 역시 성별과 신분을 막론하고 '사람마다 쉽고 널리 쓸 수 있도록' 창제한 글이라고 반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대부들이 초창기에 아주 안썼을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발견된 최초의 한글 편지는 1490년 군관으로 함경도에 파견되는 나신걸이라는 남성이 부인에게 쓴 편지다. 훈민정음이 반포되어 30년된 시점에선 이미 사대부들도 일정수준 이상 한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조선 중기엔 한글 주석이 달린 유교경전이 발간되고 있었고 유교 경전에 대해 가르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어디까지나 사대부 계층이므로, 사대부들이 한글을 천시했다기 보단 한자의 보조 학습이 가능한 쉬운 글자로써 받아들였다는 것이 좀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후기에 들면 정조가 왕세손 시절에 쓴 한글 편지같이 왕족도 한글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