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먼저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발진, 경계가 꽤 뚜렷한 붉은 원형 병변들이 눈에 띕니다. 아토피성 병변이 이런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모양만 놓고 보면 감별이 필요한 진단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특히 체부백선(tinea corporis), 화폐상 습진(nummular eczema), 혹은 두드러기(urticaria) 같은 것들인데요. 사진 한 장으로 단정하긴 어렵고, 직접 보신 대학병원 선생님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계셨을 겁니다.
아토피 진단을 팔 주름이나 얼굴 홍조만 보고 내리신 게 황당하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실제로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는 임상 소견만으로 아토피를 진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적으로 쓰이는 Hanifin & Rajka 진단 기준이나 UK Working Party 기준 모두 혈액검사 없이 임상 소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팔오금(antecubital fossa)·목 주름부위의 태선화, 얼굴 홍조, 피부건조증 같은 소견들이 핵심 기준에 포함됩니다. 어머니와 딸 두 분을 함께 보시고 나서 진단을 내리신 것도, 아토피가 유전적 소인이 강한 질환이라 가족력이 진단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달 넘게 호전이 없다는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아토피로 처방된 연고가 스테로이드 계열이라면, 만약 체부백선이 동반되어 있을 경우 오히려 악화될 수 있습니다. 백선균 감염에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처음엔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다가 더 번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 부분을 다음 외래 때 담당 선생님께 직접 여쭤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 백선이나 다른 감염 가능성은 없나요?"라고 물어보셔도 충분히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피검사 결과가 나오면 IgE 수치나 특이 알레르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단이 더 명확해질 테니, 지금은 처방받은 치료를 유지하시되 경과를 꼼꼼히 기록해두시길 권해드립니다.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번진다면 그 사진도 찍어두세요. 다음 진료 때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