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송종민 과학전문가입니다.
헬륨의 밀도는 약 0.18 kg/m³으로 약 1.2 kg/m³의 공기보다 밀도가 낮은데, 소리의 경우 매질의 밀도가 낮을수록 이동속도가 빨라지며 진동수가 증가하고 높은 음이 되기 때문에 헬륨가스를 흡입하고 말을 하면 발성기관을 통과한 목소리가 약 2.7 배정도 빨라져 고음으로 나오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최대 1.433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실제로는 폐와 입안에 헬륨뿐만 아니라 내뱉지 못한 공기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덜한 효과가 나온다.
흡입한 뒤 바로 말을 할 때는 상당히 변조된 목소리가 나오지만, 말하며 숨을 내뱉고 다시 숨을 들이쉬는 과정에서 입안의 헬륨 농도가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에 변조 효과는 말을 할 때마다 계단식으로 약해지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헬륨가스를 마셨는데 목소리가 안 돌아와요' 등지의 이야기는 완벽한 거짓.
이러한 음고 변화는 목소리 말고도 다른 모든 종류의 소리에 적용되고, 헬륨 이외에도 공기와 밀도가 차이나는 기체라면 무엇이든 음성변조 효과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악기는 물론[1] 동물의 울음소리[2] 역시도 헬륨가스 속에서 음이 발생하면 높은 톤을 갖게 되며, 수소를 마셔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반대로 크립톤이나 육불화황(SF6) 가스[3]를 들이마시게 되면 목소리가 낮아진다. 하지만 눈에 띄는 수준의 변조가 나타날 정도로 밀도가 차이나는 기체들 중 안전하고 값도 적당하며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가스가 헬륨뿐이고, 헬륨이 가득한 공간 내에서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것 보다 풍선 속 기체를 마시고 말하면 목소리가 바뀐다는 것이 훨씬 직관적이고 해보기 쉬운 만큼 헬륨이 음성변조 가스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