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말씀하신 증상은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빈혈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빈혈 단독으로 이렇게 급격하고 순간적인 실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웠다가 혹은 앉았다가 일어서는 순간, 중력에 의해 혈액이 하체로 쏠리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해 발생합니다. 이때 뇌 혈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의식을 잃는 실신(syncope)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필름이 끊기는" 경험이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화장실에서 넘어진 뒤 거실까지 이동한 기억이 없으시다는 것도, 짧은 의식 소실 후 반자동적으로 움직이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대 여성에서 이 증상이 잦다면 확인해볼 원인들이 있습니다. 수분 및 염분 섭취 부족, 식사를 거르는 습관, 과도한 피로, 그리고 실제로 빈혈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기립성 저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빈혈과 기립성 저혈압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실신까지 경험하셨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기보다는 내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기본 혈액검사(빈혈 여부 확인), 기립경사 검사 혹은 앉은 자세와 선 자세에서의 혈압 측정만으로도 원인 파악이 어렵지 않습니다. 혼자 계실 때 실신하면 낙상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확인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