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경원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1991년 슬로베니아 지도부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을 결정했을 당시, 세르비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간부들로 구성된 유고 인민군은 슬로베니아의 반란을 진압하러 가긴 했으나 전의를 보이지 랂았다. 그것은 슬로베니아에서는 극소수의 세르비아인만 살고 있고, 밀로셰비치의 목적은 실은 유고슬라비아의 보존이 아니라 세르비아인을 한 국가에 모으는 것이었기 때문. 결국 슬로베니아의 독립 전쟁은 10일만에 간단한 협상으로 종결되고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궤멸적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는 해당 국가에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세르비아계 인구가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서구 좌익들은 미제국주의 폭격에 희생당한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를 변호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맨 처음 연방을 탈퇴한 슬로베니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기도 하는데 내가 보았을 때 그들이 밀로셰비치와 세르비아 지도부에게 그만큼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다소 이중적이다. 왜냐하면 슬로베니아 독립파와 밀로셰비치의 리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했고, 그는 개량주의자로 전향한 구 노멘끌라뚜라로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 급진당과의 련정까지 감수하며 자기 권좌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기 때문이다. 서구 좌익이 강조하는 잔존 유고슬라비아의 상대적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성향이라는 것도 실은 밀로셰비치 정권이 우직하게 밀고 나간 깜빠니야가 아니라, 당시 유럽의 정치적 력학관계 속에서 강요된 것이었다. 례컨대 당대 서방 지도자들이 기독교 우익 포퓰리즘을 받아들여 반이슬람주의에 경도되어 있었다면 이제뜨베고비치가 아닌 밀로셰비치가 서구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당연히 그도 서구에 보답해야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