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중요한 내용이라 차근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지금 배우자분의 증상, 즉 최근 일 기억 못함, 사람 이름 망각, 약속 잊음은 단순 노화와는 구분이 필요한 수준입니다. 정상적인 노화에서는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어제 같이 본 영화 자체를 기억 못 한다면 단순 건망증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음주력이 있다면 알코올성 인지 장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알코올성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뇌 변화 차이를 말씀드리면,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와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이 뇌에 축적되면서 해마와 대뇌피질이 광범위하게 위축되는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반면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의 직접적인 신경 독성과 티아민(thiamine, 비타민 B1) 결핍으로 인해 시상(thalamus)과 유두체(mammillary body) 등 특정 부위가 손상되는 양상이 다릅니다. 즉 손상 기전과 위치가 다릅니다.
술을 끊으면 진행이 멈춘다고 하셨는데,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알코올성 인지 장애는 금주 후 일부 회복이 가능하지만, 이미 손상된 신경세포는 완전히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빨리 발견하고 금주할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입니다. 신경심리검사와 뇌 MRI를 통해 알코올성인지 다른 원인인지 감별이 가능합니다. 배우자분이 "나보다 심한 사람도 있다"고 하시는 것은 흔한 방어 반응이지만, 조기 발견과 금주가 예후를 크게 바꾸기 때문에 가능하면 설득해서 진료를 받아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