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태헌 과학전문가입니다.
최근 코끼리에게는 놀랄만한 후각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코끼리의 코가 긴 이유에 대해 ‘냄새를 잘 맡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술지 ‘유전연구’(Journal Genome Research)을 통해 발표된 니무라 요시히토(Yoshihito Niimura) 일본 도쿄대학교(東京大学) 분자진화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포유류 중 코끼리의 후각이 가장 발달되었다고 한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오랑우탄, 쥐, 개, 코끼리 등 포유류 13종에 대한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였고, 그 중에서 특히 후각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감각 수용체의 숫자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코끼리의 감각 수용체 숫자는 1948개로 인간의 5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후각이 민감하기로 유명한 개의 2배에 달하는 놀라운 양이 나왔다.
이미 2007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발표된 선행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코끼리는 케냐의 대표적인 두 부족인 ‘마사이족’과 ‘캄바족’을 냄새로 구별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가 냄새만으로 사람을 구별해 각기 다른 대응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원래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들은 지구에 처음 등장했을 때 서로 유사한 후각 수용체 숫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종에 따라 퇴화하거나 더욱 증가했는데, 인간의 경우 초기보다 50퍼센트(%)가까이 후각 수용체가 줄어들었다.
코끼리와 같은 설치류의 수용체 숫자는 오히려 늘었는데, 이렇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바 없다. 하지만 생존환경에 따라 필요 없는 수용체는 퇴화하고 필요한 수용체는 늘어나면서 오늘 날의 분포대를 형성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코끼리의 두텁고 긴 코 속에 존재하는 다수의 수용체는 환경에 따라 진화하였으며, 이로 인해 탁월한 후각능력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끼리의 코가 단순히 사람의 손 역할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코’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능력도 뛰어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