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면 흔히 블루라이트라고 부르는 청색광 노출량도 증가한다. 청색광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조기 사춘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터키 가지대 연구팀은 청색광 노출이 생식호르몬 수치와 조기 사춘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암컷 쥐를 6마리씩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정상적인 빛 주기 ▲매일 6시간 청색광 ▲매일 12시간 청색광에 노출시킨 것이다. 그랬더니 사춘기의 첫 징후는 청색광에 노출된 두 그룹에게서 더 일찍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청색광에 노출된 쥐는 멜라토닌 수치가 낮은 반면 에스트라디올 및 황체형성호르몬과 같은 생식호르몬 수치가 높았다. 청색광에 12시간 노출된 쥐에게서는 난소에서 세포 손상과 염증의 징후가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팀은 그 이유에 대해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멜라토닌은 수면의 질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고 사춘기는 여러 신체 시스템과 호르몬의 조정을 포함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사춘기 이전에 멜라토닌 수치가 높은 까닭은 몸의 준비 과정을 마치기 위해 사춘기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연구의 저자 우굴루(Aylin Kilinç Uğurlu) 박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며 “그러나 쥐의 사춘기 시기는 평균 수명 대비 인간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 코로나19 이후 여아들의 사춘기 시기가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탈리아 ‘밤비노 게수(Bambino Gesù)’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펍메드’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사춘기가 조기에 시작해 주요 소아 내분비 클리닉을 방문한 여아가 328명으로 급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140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연구팀은 미국과 인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터키 가지대 연구팀은 해당 사례들을 언급하며 청색광 노출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제20회 유럽소아내분비학회 연례회의(60th Annual European Society for Paediatric Endocrinology Meeting)’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