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지혜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선덕여왕이 왕으로 즉위할 수 있었던 건 여성 인권의 측면보다는 오히려 골품제라는 신분제도의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 신라는 왕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성골이어야 했습니다. 성골이 되기 위해서는 무결점의 혈통을 가져야 하며, 성골이 진골과 혼인할 경우 그 자녀는 성골의 지위를 이어 받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성골의 지위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골과 성골이 혼인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근친혼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진평왕 사후 성골의 지위를 가진 남자가 더 이상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남아 있던 성골은 진평왕과 마야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덕만공주(선덕여왕), 국반 갈문왕과 월명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승만(진덕여왕)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성골이 왕위에 오른다는 신분제도가 없었다면 애당초 여인의 신분으로 왕이 되는 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