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병주 의사입니다.
WHO는 직접 손 소독제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제조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조법에서 보시듯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손 소독제 제품에는 에탄올과 같은 성분이 들어갑니다. 알코올 성분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에탄올은 인지질층과 단백질로 구성된 외피를 보유한 바이러스에 효과가 큽니다. 에탄올이 바이러스의 외피를 녹여서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죽거나, 운 좋게 숙주에 들어간다 해도 세포에 침투해 증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가을철 유행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처럼 외피 없이 생활하는 바이러스에는 에탄올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코로나19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홍역바이러스 등은 모두 외피가 있습니다. 에탄올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는 데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복제를 통해 증식하는 원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인간의 폐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폐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 코로나바이러스는 폐 세포의 수용체에 붙어서 침투를 시도하는데,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외피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입니다. 에탄올이 외피를 녹여 없애면 스파이크 단백질도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이 상태로 체내에 들어가더라도 세포로 침투할 능력이 없습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병원과 보훔루르대 연구팀은 2월 6일 사스와 메르스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 단단한 물체의 표면에서는 평균 4~5일, 습도와 표면 재질에 따라서는 최대 9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만 에탄올(62~71%)과 과산화수소(0.5%) 등을 섞어 만든 소독제에 노출되면 1분 내로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발표했습니다. WHO는 손 소독제를 제조할 때 에탄올의 양이 전체의 60~80%인 것이 효과적이라고 얘기합니다. 에탄올 대신 아이소프로필 알코올(IPA)을 사용한다면 전체의 70% 이상을 사용하라고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