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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년(문종 6)에 문종은 인주(仁州) 이씨 이자연(李子淵)의 세 딸을 왕비로 맞아들였다. 이후 인주 이씨는 인종 때까지 7명의 국왕 가운데 5명의 국왕과 혼인관계를 지속하였다. 이로 인해 왕실 외척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왕실 외척 출신과 학문적 능력이나 과거를 통해 진출하여 고위 관료를 여러 대에 걸쳐 배출한 가문 출신의 정치세력은 관료집단의 정상에서 서로 혼인관계를 맺으며 세력을 확대하였다. 그들은 고려의 전성기에 정치 주도세력이 되었다. 이러한 정치세력을 문벌(門閥)귀족이라 한다.
문종 때 정치세력으로 결집하기 시작한 문벌귀족의 핵심은 왕실의 외척세력이다. 국왕과 왕실은 왕권과 왕실을 보호할 든든한 후원자를 만들기 위하여 유력한 가문과 혼인할 필요가 있었다. 유력가문 또한 왕실과의 혼인이 가문의 위세를 유지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고려왕실과 유력가문이 혼인관계를 맺으면서 왕실 외척세력이 등장할 수 있었다. 1126년(인종 4) 이자겸의 난으로 왕실 외척 이자겸이 제거된 후에도 고려왕실은 다시 정안(定安: 지금의 전라남도 장흥) 임씨 가문을 새로운 왕실 외척으로 받아들였다. 이같이 외척을 포함한 문벌귀족 세력은 왕권과 왕실을 위협하기도 하였지만, 그들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도 하였다. 문종 이후 국왕과 문벌귀족(왕실 외척 포함)으로 대표되는 관료집단의 두 정치세력은 서로 대립과 견제 혹은 조화와 균형을 통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고려 전성기의 정치를 주도하였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