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주성 과학전문가입니다.
붉은 고추와 고추류(Capsicum) 관목 열매는 아주 짜릿한 매운맛을 자랑해요. 서로 구조가 비슷한 식물유래 염기인 캡사이시노이드계 물질이 따끔한 매운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에요.
아주 강력한 매운맛을 내는 고추라고 해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안전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순수한 형태의 캡사이신은 굉장히 강한 자극을 일으킨답니다. 순수한 캡사이신이나 캡사이시노이드를 다루는 작업자들은 장갑과 보호안경, 호흡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보호복까지 입어야 하지요.
캡사이신은 대부분 고추 씨와 하얀 과육에 들어 있기 때문에 고추 씨를 씹으면 혀가 아주 뜨거워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요. 캡사이신은 입 안에 있는 TRPV1 수용체에 달라붙는데, 사람이나 포유류의 뇌는 이 수용체의 신호를 입 속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한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감각을 없애기 위해서 중앙신경계는 몸을 식히기 위한 조치를 취해요. 대사 작용이 촉진되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땀이 뻘뻘 흘러요. 혈액 속에서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 농도도 증가하지요. 또 뇌에서 눈꺼풀로 시각 기관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코 점막이 자극받고 눈물이 흐르면서 눈이 감긴답니다.
다행히 고추나 매운 소스에 들어있는 캡사이신과 캡사이시노이드의 양은 조직과 장기에 물리적인 손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서 매운 음식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뜻도 아니랍니다. 소화불량이나 메스꺼움, 구토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극심한 통증 신호를 받은 뇌가 가능한 빨리 목표 물질을 몸에서 제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기 때문에 구토하게 되는 거예요. 구토를 하면 위액이 식도로 들어가 식도를 손상시킬 수 있어서 위험해요. 식도의 손상정도는 TRPV1 수용체가 받은 자극과 뇌가 ‘위험’을 평가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