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 백내장 수술에 관하여 깊은 고민입니다.
15년차에 접어든 말티즈 노령견의 가족입니다.
약3년정도 전 눈의 색이 흐려지길래 꽤나 큰 동물병원에서 검사결과 백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가능하다고하나 강아지의 백내장수술은 수술이 성공해도 2~3년후 다시 원상태인 백내장 상태로 돌아온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듣고 비수술처치로 진행속도를 늦추는 약물과 영양제를 선택하여 지금까지 급여 투여 하고있습니다.그렇게 3년여가 지난 지금 한쪽눈은 완전히 하얘지면서 시력을 잃었고 나머지 한쪽눈도 점점 하얘지고 있습니다. 제가 수술을 걱정하는 이유는 이아이의 어미를 유선종양 수술로 급하게 잃어 두렵기 때문입니다.(16년된 노령이었는데 자주 산책도 하고 뛰어놀만큼 건강하던 아이가 수술후 급격히 늙어가는게 보이더군요. 수술후 1년동안 치매끼도 보이고 죽기 6개월 전부터는 다리에 힘이없어 걷지도 못했습니다.) 아마 노령견과 지내는 분들은 저와 같은 상황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자연의 섭리인 노화를 받아들이며 끝까지 비수술을 고집해야할지 아니면 수술후 후유증을 감내하더라도 수술을 시켜주어야 할것인지 매일매일 고민이 됩니다. 제가 조금만 떨어져도 저를 못찾아 이방 저방 찾아다니는 애처로운 모습이 절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아이의 눈을 볼때마다 저의 선택에 대해의심하게 됩니다. 아마 지금 수술을 한다면 또 1~2년정도 뒤에 이아이는 떠날것 같습니다. 수술을 안한다면 현재 건강상태로 보아 2년이상은 거뜬히 살것 같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진실된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은수 수의사입니다.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는 목적은
1. 정상 시력 회복을 통한 삶의 질 향상
2. 동거하시는 보호자분이 느끼는 미관상의 목적
3. 백내장이 진행되게 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녹내장의 예방
이렇게 세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통상 보호자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건 1번 정상 시력 회복인데 개과 동물의 경우 특히,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의 경우에는 시각 의존적인 동물이 아닌 후각 의존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시각이 소실 되더라도 실제로 고통스럽거나 우울해지는 등 인간이 상상하는 그런류의 심적 아픔은 거의 없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나타나는 보호자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전해져 더 상심하는편이라고 생각합니다.
2번의 경우 이건 보호자분의 마음가짐의 차이이고 작성하신 글에서 전달되어 오는 마음에서는 이런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은 아닌것 같으니 긴말 남기지 않겠습니다.
3번의 경우 실제 수의사들이 수술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백내장의 경우 렌즈가 점차로 숙성되어가면서 후방으로 파열하여 렌스의 구성물질을 방출하여 초자체에 염증원으로 작용하거나 렌즈 자체가 탈구되어 후방 혹은 전방으로 밀려 나가는등의 문제라 유발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백내장은 앞이 뿌옅게 보이는것 이상의 특별한 고통은 없는 질환 상태이나
녹내장의 경우 강한 안압 상승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고
염증이 파급되는 경우 시각신경로를 통해 뇌로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권하게 되는것이죠.
물론 백내장 수술을 하고 인공 렌즈를 삽입하는 경우 이런 녹내장의 발생 위험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사람과는 달리 렌즈를 삽입하지 않는 수술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 통상적으로는 안구를 적출하거나 의안을 삽입하는 등의 또다른 더큰 수술이 필요할 수 있기에 예방적 차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권하게 되는것입니다.
하지만 환자가 기저 질환이 있어(심장병, 신장병, 당뇨 등) 수술 이후 기대 생존기간이 극히 짧은 경우라면 수술을 통한 교정으로 얻을 수 있는 삶의 질 향상, 보호자분의 만족 등과 비교하여 손익을 계산하여 수술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나이가 많아 마취가 위험하니 수술을 결정하는게 아니라 기저 질환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것이죠.
15살이면 예전에는 천수를 누린 늙은 강아지라고 이야기 했었지만
요즘은 의학 기술이 너무 발달하여 20살이 넘는 아이들이 많아 견생은 15세 부터라고 이야기 해야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이때부터의 의학적 개입은 고통없이 삶의 질을 높여가며 보호자분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심적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이야기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1년은 사람의 10년 그 이상이기 때문이지요.
앞에서 말씀 드린것처럼 어떤것을 목적으로 수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호자분이 판단하셔야 할 듯 합니다.
또한 기저 질환이 어떤것인지에 따라 수술 여부가 달라지는것이니 주치의 선생과 깊이 상담해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역설적이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우리보다 먼저 떠나가는것은 축복인듯 합니다.
우리야 아이들이 떠나가더라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그와중에 배는 고파지는걸 보면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갈 이유들을 찾아 가는데
만약 우리가 먼저 떠나간다면 남겨진 아이는 뭘 할 수 있을까요?
해줄것도, 할 수 있는것이 없었을때 나오는 무력감은 지금 보호자분도 어렴풋이 느끼시겠지만
아이들은 상황의 모든것들이 무력해질 것이니
어쩌면 우리 보다 아이들이 먼저 떠나며
참 좋은 우리 언니와 이번 생은 참 좋았어
라고 생각하며 떠나갈 수 있게 옆을 지켜주며 체온이나마 전해 줄 수 있는게 축복이라는 것입니다.